YS 차남 김현철, 文대통령에 글 남기며 "민주당 생활 접겠다"

박지혜 기자I 2019.01.13 09:02:2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글을 남기며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부족한 저는 현 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짧은 민주당 생활을 접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 또 원전 문제 등 현 정부의 정책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정책적 견해 차이를 에둘러 시사했다.

김 상임이사는 대선 직전인 지난 2017년 4월 시대정신인 화합과 통합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후보라며 상도동계 인사들과 함께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대선 직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의 탈당은 약 1년 8개월 만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015년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대표가 차남 김현철씨를 위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다음은 김 상임이사의 글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께

안녕하십니까? 이 정부들어 처음 인사드립니다.

2년 전인 2017년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30여 년 간의 오랜 군부독재시대를 끝내고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30여 년 만에 또다시 많은 국민들이 분노의 목소리로 거리에 쏟아져 나왔지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현직에 있는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탄핵하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현 정부의 5년 임기 중 3년 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1987년과 2017년, 국민들은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한다는 벅찬 감격이 1987년에 있었다면 나라다운 나라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맞은 2017년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적어도 법과 제도에 의한 완전한 시스템국가가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저는 아버님이 병상에 계시던 2015년 병문안을 하겠다는 당시 문재인 대표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첫 인상은 정말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이웃집 아저씨같은 이미지였습니다.

아버님이 그해 11월 홀연히 떠나신 후 12월 문대표의 요청으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이듬해 2016년 20대 총선에 출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아버님 상중이라 정중히 사양했고, 그러나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면서 실시된 지난 2017년 대선에선 문후보의 간곡한 요청에 깊은 고뇌 끝에 대선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현재 많은 국민들이 애초에 기대했던 현 정부의 변화와 개혁이 성공리에 끝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들의 악순환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임기 끝날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갈갈이 찢어진 국민들의 상한 가슴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사람다운 삶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단지 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성패가 달린 절박한 문제로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저는 더 이상 현 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짧은 민주당생활을 접고자 합니다.

부디 국가존망의 문제인 북한과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궁극적인 남북통일의 문제를 그들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반드시 바라보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협화음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소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법의 충돌은 많은 기업들과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원하는 방향을 찾아야할 것이며 현 정책의 문제점이 거듭 지적되고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히 정책수정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앞장서야할 것입니다.

그 외에 탈원전문제도 우리의 환경문제뿐 아니라 지속적인 전략산업의 육성차원에서 동떨어진 정책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특히 유의하시고 저의 아버님도 그러셨지만 너무 의욕적으로 일하시는 건 좋지만 주변에 많은 분들 측근들 뿐만이 아닌 야당과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쌓여있는 여러 난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현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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