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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교폭력, 범죄라더니’..처벌수위 낮춘다?

김혜미 기자I 2012.03.30 06:00:00

교과부, 학교폭력 가해자 양정 기준 새로 마련
학교폭력피해자協 “말도 안된다..현장성 없어”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30일자 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뿌리뽑겠다는 당초의 정부 정책 의지와 배치되는 점도 많아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교육 현장의 엇박자를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29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학교폭력 가·피해자 양정 기준(가안)’에 따르면 교과부는 폭력 유형에 따른 기본 점수와 조치 기준을 제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따르도록 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이를 시·도 교육청에 배포, 의견을 수렴해 지난 2008년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보다 강제성을 띠는 수준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 가해학생 폭력유형별 양정기준
양정 기준(가안)에 따르면 신체적 폭력은 20점, 경제적 폭력(미반환)은 15점, 성적 폭력은 20점 등의 기본 점수를 주도록 했다.   체포, 감금, 협박, 폭력서클(일진) 등 가중 요소와 자발적인 화해, 학교장 긴급조치 등 감경 요소를 더한 총점으로 가해 학생의 처벌을 결정한다.

조치 기준은 총점이 10~15점인 경우 ‘피해 학생에 서면 사과’로 처벌 수위가 가장 낮고, 총점이 81점 이상이면 ‘퇴학’으로 수위가 가장 높다. 51~60점이면 ‘출석 정지’, 61~70점과 71~80점은 각각 ‘학급 교체’와 ‘전학’ 조치를 받는다.

양정 기준에 제시된 처벌 수위는 지난 2008년 배포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비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완화됐다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감금하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준 경우’ 가이드북은 전학,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 치료, 10일 출석 정지 중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했지만 양정 기준은 사회봉사에 그치고 있다.

또 ‘강제로 아르바이트를 시켜 금품을 갈취한 경우’에 가이드북은 사회봉사를 제시했지만 양정 기준은 교내봉사로 수위를 낮췄고, ‘따돌림을 주도한 경우’는 사회봉사 및 특별교육 조치가 내려졌지만 양정 기준은 교내봉사로 완화됐다.

이와 함께 ‘폭력서클을 조직하거나 주도한 경우’도 지금까지 전학, 퇴학, 경찰 신고를 제시했으나 양정 기준은 교내 봉사에 그치도록 했고, ‘폭력서클에 단순 가담한 경우’ 특별교육에서 교내 봉사로 수위를 낮췄다. ‘재물을 고의로 은닉했거나 훼손해 본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한 경우’도 교내 봉사에서 접촉 금지로 완화됐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이에 대해 “졸속으로 추진하다보니 업무 파악도 안되고, 현장성이 전혀 없다”며 “현재 기준보다 약화시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과부 관계자는 “가이드북은 강제성이 없어서 학교마다 기준이 달랐다”며 “이번에 제시된 양정 기준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뢰한 가안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 학교폭력 유형 및 가해정도에 따른 사례별 처벌 양정기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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