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출입 자제' 내건 아파트…"택배 기사는 무슨 죄죠?"

박한나 기자I 2020.05.31 00:10:00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30일까지 총 10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택배 배송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쿠팡 주문을 자제하라’는 안내문이 붙는 등, 물류센터를 넘어 배송 직원마저 기피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최근 일부 아파트 관리소에서 ‘쿠팡 배송을 자제하라’는 안내문을 게재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8일 쿠팡맨과 쿠팡플렉서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플렉서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누리꾼은 “배송을 간 오피스텔 경비원이 쿠팡 봉투를 보더니 ‘가까이 오지 마’라고 했다”며 “신선배송이 썩은 상품 취급을 받은 것 같았다”는 글을 남겼다.

일부 지역 커뮤니티에도 관리사무소가 입주민들에게 ‘당분간 쿠팡 주문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한 사진이 공개됐다.

한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주민 여러분. 부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비상입니다. 우리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당분간 쿠팡 주문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택배 기사에게 이번 사태로 인해 과도한 눈총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는 ‘쿠팡 배송직원 대상 안내문에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입주민은 아파트 출입문에 관리사무소 명의로 ‘쿠팡 직원 출입자제’라는 안내문이 부착된 사진을 게재하며, 이 같은 안내문이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고양센터 전원 음성 결과에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배송업체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기 전에 주민들에게 주문을 자제해달라고 공지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면서 “쿠팡에서도 주문 배송이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업무를 해야 할 텐데 이렇게 배척보다는 차라리 별도의 위탁장소를 정해서 받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조심하더라도 확진자는 어떻게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배송기사들에게만 너무 배타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우리 단지는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글에 다른 주민들은 대다수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입주민들은 “시킨 사람이 있어서 배송이 왔을 텐데 특정 대상 지목해서 붙여놓다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고생하시는 우리 이웃일 수도 있는데 서로 조심하면서 이겨냈으면”,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 안전을 위해 빨리 대처하느라 실수한 것 같다. 무인택배함이나 다른 대책을 제안했으면 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에도 “택배 기사님들,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 많으셨는데 비난해서는 안 된다”, “택배기사가 무슨 죄인가. 코로나 끝날 때까지 서로들 더 조심하자”는 목소리가 종종 담긴다.

이런 분위기는 물류센터 근무자들은 유흥시설 방문이나 여행기간 감염된 경우와 달리 생업을 위한 근무 중 피해를 입었다는 인식이 있어서다. 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버티게 해준 택배서비스에 고마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다시 한 번 근무지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에 안타까운 입장을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30일 오후 진행한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를 지칭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권 부본부장은 “최근에 발견되는 확진자분들은 사실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근로자”라면서 “이분들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것이 더더욱 마음 아픈 일”이라고 했다.

또 고용주와 사업주에게 “사업장이나 직장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각별치 조치해 주기를 거듭 당부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사는 오늘을 씁니다.

박한나 뉴스룸 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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