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들썩]“도로 드러누운 만취 女, 밟고 지나간 차”…누구 책임?

장구슬 기자I 2021.05.15 00:03:10

‘스텔스 보행자 사고’, 운전자 vs 보행자 책임 논란 분분
운전자,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 의무…금고형 등 처벌 수위 높아
보행자 범칙금 3만 원 불과…“처벌 강화, 경각심 높여야”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온라인 들썩]은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다양한 사연을 소개합니다.

음주나 약물 등에 취해 도로에 누워 있다가 차량에 치이는 교통사고인 ‘스텔스 보행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운전자는 주행 중 전방을 주시하면서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스텔스 보행자는 운전자가 발견하기도, 피하기도 어렵다는 점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운전자와 비교해 보행자가 받는 처벌도 상대적으로 약해 논란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보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7일 오후 충남 서산의 한 도로 위에 술에 취한 50대 여성 A씨가 도로 위에 누워 있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스텔스 보행자 인식하기 어려워, 누구나 가해자 될 수 있어”

지난 7일 오후 충남 서산시 갈상동 호수공원 사거리에서 술에 취한 50대 여성 A씨가 차도 위에 누워 있었고 이를 보지 못한 승용차가 A씨의 하반신을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A씨는 척추와 골반이 골절됐고, 운전자 B씨는 치상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당시 사고 현장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이 올라와 빠르게 퍼졌습니다. 영상에는 끝 차선을 달리던 검은색 승용차가 도로 위에 미동 없이 누워 있는 A씨를 밟고 지나간 뒤 그대로 멈추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진술 내용, 블랙박스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도로 위에 누워 있는 여성 A씨를 발견하지 못한 승용차가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 (사진=보배드림)
지난달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4월12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는 ‘아침 출근길, 도로에서 자던 사람이 제 차에 치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에는 한 주택가 골목을 주행하던 제보자 C씨의 차량이 도로 우측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남성을 치고 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C씨는 “남일인 줄로만 알았던 어이 없고 황당한 스텔스 보행자 교통사고가 제게 발생하게 됐다”며 “운전자라면 누구든지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사고 당시 피해자가 누워 있던 위치는 운전자 시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곳이었다. 베테랑 운전자도 피하기 어려운 사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유사한 교통사고 발생 시 억울한 처지에 놓인 운전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숨진 남성의 유족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유족은 정상적 운전 방법으로는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C씨 주장에 대해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아가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강조했습니다.

C씨는 유족과 합의를 진행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사건은 재판으로 넘겨졌습니다.

주택가 도로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행인을 치고 가는 C씨의 차량. (사진=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영상 캡처)


교통법규 지켰지만 ‘운전자 과실’ 판단 많아…“보행자 처벌 강화해야”

스텔스 보행자 사고는 주로 밤과 새벽 시간대에 발생합니다. 이 시간대 조명이 없는 이면도로 등 골목길에서는 누워 있는 보행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큽니다.

운전자가 전혀 예측할 수 없거나 회피가능성이 없는 사고의 경우 무죄를 선고하는 판례도 있지만 운전자의 예측가능성과 상관없이 과실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교통약자인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지난 12일 MBC에 “(사고 경위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운전자의 과실에 더 무게를 둔다”며 “손해보험협회의 과실 도표에 따르더라도 운전자 과실 60%, 보행자 과실 40%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운전자는 교통법규도 위반하지 않았는데 운전자 과실을 더 높게 판단한다는 것이 운전자들이 가장 억울해하고 이해 못 하는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현행법상 스텔스 보행자 사고 발생 시 운전자 과실이 더 많이 주어진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MBC 뉴스 방송화면 캡처)
과실 비율은 사고 현장 환경과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정하지만 운전자와 비교해 보행자가 받는 처벌 수위가 현저히 낮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만약 운전자가 안전 운행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게 확인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지만 보행자는 범칙금 3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스텔스 보행자 처벌 수위를 높여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운전자의 처벌 수위에 비해 보행자는 범칙금 3만원이 전부다.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억울하게 유죄가 선고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보행자의 돌발 행동 여부, 예측 가능성, 현장 검증,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종합적으로 철저한 분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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