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살인의 추억' 전까지 생활고…'괴물' 때는 극단적인 생각도"

김보영 기자I 2020.02.11 06:32:54

MBC, '감독 봉준호' 재방영…4관왕 기념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아시아 영화 최초 4관왕의 기록을 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영화 ‘괴물’ 당시 괴로움에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사진=MBC 스페셜-감독 봉준호 방송화면)
MBC는 지난 10일 밤 봉 감독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방송됐던 ‘MBC 스페셜-감독 봉준호’ 편을 재방영했다.

방송에서 봉 감독은 대학생 시절을 회상하며 “TV에서 해주는 외국 영화들을 많이 봤다. 병적으로 집착하면서 봤다”며 “영화를 너무 알리고 싶어서 공부도 많이 했다. 영화 동아리를 할 때는 카메라가 갖고 싶어서 6개월 정도 학교 매점에서 도넛을 팔았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결혼 후에도 생활고에 시달렸다. 봉 감독은 “1995년에 결혼해서 2003년 ‘살인의 추억’ 개봉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대학 동기가 집에 쌀도 갖다 줄 정도였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1998년도인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올 한 해 1년만 달라. 그동안 모아둔 돈이 있으니 1년은 간신히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1년간 ‘좋다. 못 먹어도 고’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렇게 만든 영화가 ‘플란다스의 개’였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봉 감독은 “영화가 스토리 자체가 성립이 안 됐다. 왜 이런 영화를 찍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시사회 때 영화가 끝나기 전에 자막 올라가기 시작할 때 뛰쳐나왔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너무 외롭고 창피했다”라고 밝혔다.

2006년 영화 ‘괴물’ 때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싶던 적이 있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고교 시절 우연히 잠실대교 교각을 기어 올라가는 괴생물체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영화감독이 되면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영화다. 운이 좋아 성공했던 것 같다. 천만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촬영 전에는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았다”며 “영화 ‘반지의 제왕’을 작업한 회사와 예산 때문에 결국 계약이 결렬됐다. 그때 자살하려고 했다. 자살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이미 촬영 일정은 발표가 된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되니 나 자신이 사기꾼처럼 느껴졌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101년 사상, 또 아시아 영화 최초로 4관왕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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