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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는 박봉인데”...천정부지 배우 출연료

정준화 기자I 2019.08.12 00:10:00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사진=tvN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정준화 기자] 1억을 넘어 2억원 시대다.

최근 톱스타 배우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회당 1억 원이 초고액이었던 게 불과 3~4년 전이었다. 최근 몇몇 배우는 회당 2억원의 출연료를 조건으로 드라마 출연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스태프들의 처우는 제자리걸음이다.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사회적으로 노동 여건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기에 업계의 지적이 더욱 뼈아프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송중기는 tvN ‘아스달 연대기’에서 회당 1억 8000만 원 수준의 출연료를 받았다. 총 제작비 560억 원 중 한 배우의 출연료로 32억 원이 쓰인 셈이다. 이종석 역시 출연료로 비슷한 수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배가본드’를 촬영 중인 이승기는 1억원 중반대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드라마 제작사 PD는 “해외에서의 한국 드라마 수요가 높아지면서 출연 배우들의 가치 역시 덩달아 상승했다”면서 “특정 배우를 출연시켜 작품을 비싸게 팔 수 있다면, 배우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지불해서라도 출연시키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시장 논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지만, 스태프의 처우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이 8,350원(2018 대비 10.9% 인상)으로 오르고,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등 노동자들의 삶의 질 보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일부 배우들의 출연료로 상당 부분이 쓰인다면 상대적으로 제작 환경과 스태프 처우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드라마의 조명팀 스태프로 일했던 스태프 A씨(32세)는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분이 ‘열정페이’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근무 시간과 강도에 비해 받는 금액은 너무나도 초라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촬영 스캐줄이 배우의 일정에 따라 정해지고, 현장 역시 배우의 컨디션에 맞춰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쉬는 날과 근무 시간도 상당히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드라마가 중국어권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기 시작하면서 배우들의 몸값이 훌쩍 뛰었다. 현재 드라마 회당 1억원 이상의 출연료를 보장받는 배우는 이병헌·현빈·김수현·이민호·송중기·이종석 등이다. 이들 외에 소지섭·장동건 등도 1억원을 넘어선다. 이들 중 김수현·송중기·이종석 등은 2억원에 육박하는 출연료를 요구한다. 이들은 막대한 출연료를 받는 대신 드라마의 인지도를 높여 편당 수출 가격을 높이고, 시청률이 높아지면 이에 따라 PPL를 유치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제작사 입장에서 막대한 출연료를 주고도 남는 장사인지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 2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예상과 달리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드라마 중후반부터 제작비 투입이 줄어들어 결국 질 낮은 드라마, 열악한 스태프 처우 등으로 이어지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한류 드라마의 영향력과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같은 메리트가 배우 몇 명과 일부 투자자들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퀄리티 높은 콘텐츠 이면에는 제작시스템도 비례해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엄격한 제도적 보완을 구축하고, 배우들에게는 회당 아닌 러닝 개런티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스달 연대기’의 김원석 PD는 “반드시 제작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로 한 팀으로만 촬영을 해 왔는데 주당 2회 방송이 바뀌지 않는 한, 한 팀으로 촬영하는 것은 앞으로 쉽지 않은 시스템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촬영은 미리 A, B팀을 나누어 준비하고, 기술 스탭 뿐 아니라 미술 스태프도 반드시 로테이션 되도록 하고, 현장에서 힘든 상황에 부닥친 스태프가 없는지 철저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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