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은 예상 상회했지만…AI 투자 부담에 발목
전날 스페이스X는 상장 후 첫 실적발표에서 2분기 매출 7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 68억2000만달러를 웃돌았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92% 증가했다. 순손실은 5억4100만달러로 시장이 예상한 21억2000만달러보다 크게 축소됐다.
문제는 자본지출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이스X의 2분기 AI 부문 자본지출이 전 분기의 두 배인 ‘거의 160억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이 같은 지출 기조가 최소 앞으로 두 분기 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존슨은 실적 콜에서 “AI 컴퓨팅 부문에서 자본을 배치하는 방식이 1년 미만의 회수 기간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려 진화에 나섰다. 존슨 CFO는 2분기 종료 이후에도 67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으며, 연말까지 연환산매출(ARR) 1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콜에서 스페이스X의 컴퓨팅 용량을 올해 말 2기가와트(GW)에서 2027년 말까지 5GW보다는 10GW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인프라 확충에는 엔비디아 하드웨어만 쓰겠다고 발표했다. 매출 1조달러 달성 시점도 기존 2031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겨 제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페이스X의 AI 사업 매출은 25억6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모두 3배 이상 증가했다.
“공격적이지만 허황되지 않다” vs “마진 압박 불가피”
월가의 평가는 갈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산하 비저블알파리서치의 멜리사 오토 글로벌 헤드는 “투자업계가 그다지 반기지 않은 것은 AI 부문 자본지출 규모였다”며 “야심 차다”고 말했다. SLC매니지먼트의 덱 멀라키 상무는 스페이스X가 자체 AI 모델보다 데이터센터 임대 클라우드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클라우드 기업이 주력이 된다면 마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앱터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와그너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머스크는 항상 실행 시점에서 투자자들을 놀라게 해왔고, 테슬라에서처럼 시간표를 어긴 전례도 있다”면서도 “숫자 자체는 공격적이지만 허황된 것은 아니다. 필요한 요소들은 갖춰져 있고, 흠 없는 실행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폴런캐피털의 드루 커프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자본지출과 매출 간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어서 지출이 줄거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야 한다”며 “이 지점에서 머스크의 비전과 엔지니어링 리더십, 실행력에 대한 신뢰가 강세론자와 약세론자를 가른다”고 말했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 시즌 빅테크 전반에 걸쳐 투자자들이 무제한적인 지출에 의문을 제기하고 가시적인 수익률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흐름”이라며 “스페이스X는 궤도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까지 주주들에게 대라고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층 더 어려운 시험대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액티브트레이드의 캐롤라인 드팔마스 애널리스트는 “자본지출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락업 해제를 앞두고 주가는 계속 압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이스X의 AI 매출 상당 부분은 앤스로픽, 구글 등 경쟁 AI 기업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임대하는 방식에서 나오고 있어, AI 업계 전반의 컴퓨팅 인프라 수요와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
시장의 다음 변수는 오는 6일로 예정된 내부자 지분 락업 해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해제로 최대 9억1150만주, 금액으로는 1010억달러(약 143조8240억원) 규모의 물량이 거래 가능해진다. 이는 현재 유통 중인 약 6억3900만주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전통적인 180일 단일 락업 대신 9단계에 걸친 분산 해제 구조를 택했는데, 이번이 그 첫 단계다.
베일리기포드에서 사모기업팀을 이끄는 피터 싱글허스트는 “이런 규모, 이런 방식의 락업 해제는 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부터 스페이스X에 투자해온 초기 투자자다.
공매도 잔고도 상당하다. 블룸버그는 데이터 제공업체 S3파트너스를 인용해 4일 종가 기준 유통 가능 물량의 35%가 공매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공매도 베팅으로 투자자들이 이미 53억달러의 평가이익을 거뒀다고 전했다.
앱터스캐피털의 와그너는 “많은 투자자들이 펀더멘털과 락업 물량 부담 때문에 오는 12월까지는 매수를 꺼리고 있다”며 “우리도 그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AI 투자, 수익 전환 시점 주목
스페이스X 주가는 지난 6월 주당 135달러에 상장한 뒤 한때 22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00달러대 초중반까지 되밀리는 등 상장 두 달 만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6일 1차 락업 해제에 이어 12월에는 유통 가능 주식이 53억3000만주까지 늘어나는 대규모 2차 해제가 예정돼 있어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궤도 데이터센터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스타십 로켓의 14번째 발사가 이달 중 예정돼 있어, 시장은 이를 다음 주가 촉매로 주목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스페이스X가 조 단위 AI 투자를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다. 존슨 CFO가 강조한 ‘1년 미만 회수 기간’이 현실화되는지가 12월 2차 락업 해제 전까지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