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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 ‘반도체 머니’가 몰려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억원의 성과급을 챙기게 된 임직원 뿐만 아니라 반도체 관련주에 투자해 수억 단위의 시세차익을 거둔 증권투자자까지 가세해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공급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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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회수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전주 대비 0.31% 올랐다. 전주 대비 0.03%포인트 커지며 3주 연속 확대 흐름을 이어간 것. 서울 전역이 상승한 가운데 경기 남부권도 오름폭이 크게 확대됐다. 미분양 물량과 지역 경기침체로 부진했던 평택도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산업 벨트의 배후 주거지역으로 관련 산업 경기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 강세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3구에서는 송파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0.35%를 기록했으며 강남(0.19%)과 서초(0.17%) 대비 강세를 보였다. 송파구는 가격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출퇴근이 가능해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반도체 관련주 중심의 주식시장 초호황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간한 ‘주식 자산 효과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이 확대된 이후 부동산 순매입이 늘어났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시 주택매입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결국 주식으로 번 돈이 결국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종잣돈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반도체 머니’의 진입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확대 역시 전체보다는 소수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호황이 결국 부동산 시장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특히 고가 주택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가구의 금융 자산 내 주식 비중이 자산 상위 20% 가구가 평균보다 더 높은 탓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민간의 주식 및 지분투자금액은 2025년 1120조원에서 1644조원으로 526조원 가량 증가했는데 자산 상위 가구에 쏠림이 있을 수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으로 큰 돈을 번 가구는 자산 상위 가구이며 갈아타기는 수요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자산 양극화 심화로 주식시장 상승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는 고가주택 쏠림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늘어난 기업이익과 높아진 급여가 부동산 자산화되는 시간도 필요하다. 대략 1년여의 시차가 예상된다. 주식시장의 상승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며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역시 바로 현금화하기는 힘든 탓이다. 삼성전자 임직원이 받게된 성과급의 핵심인 특별경영성과급(영업익 300조원 기준 31조5000억원)은 전액 자사주인데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간·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반도체 경기 호황과 부동산 가격은 시차를 두고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과의 상관관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양극화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을 낮추기 위해 수도권 등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강하게 규제한 만큼 ‘반도체 머니’ 유입으로 인한 부동산 자산 증가가 고급 주택 등 소수에 몰릴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반도체 활황으로 불어난 자산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전체에 온기가 확산되기 보다는 이미 자산 가치가 높은 지역의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