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종부세 등 실거주 압박 커지고, 퇴거대출은 까다롭고 6·27 이후 계약은 1억으로 제한…이전 계약건도 DSR 등 강화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아파트를 전세 주고 있는 A씨는 10월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걱정이 많다. A씨 아파트는 시세가 15억원이 넘어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4억원까지밖에 받을 수 없는데 그 정도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에 자금 사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에선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소액임차보증금 공제(방공제·나중에 들어올 다른 세입자에 돌려줄 최우선 변제금을 대출 한도를 공제하는 것)로 5500만원을 대출 한도에서 빼기 때문에 A씨가 실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더욱 줄어든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가격표가 붙어 있다.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아파트를 전세 주고 자신도 다른 지역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는 B씨 역시 전세자금 반환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하다.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선 전세 퇴거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B씨 아파트가 있는 지역이 최근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스트레스 DSR(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적용받게 됐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 제도를 적용받으면 전보다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B씨는 이대로면 영영 자기 집에 들어갈 수 없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를 강조하는 부동산 세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호소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실거주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전세금 반환 부담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수도권과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체결한 전세 계약에 대해 전세 퇴거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최대 1억원까지만 대출해주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의 중위 전세가가 각각 5억4000만원, 3억5000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6·27 대책 이전 체결한 전세 계약의 경우 한도를 특정 액수로 제한하진 않았지만,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그 전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도 규제지역 기준대로 LTV(담보인정비율), DSR이 낮아지기 때문에 종전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더욱이 전세 계약 중간에 집주인이 바뀐 경우 6·27 대책 전에 맺은 전세 계약이라도 퇴거 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집주인들에게 실거주를 압박하는 쪽으로 세제를 바꾸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1주택자라도 자신이 보유한 주택에 실거주하지 않으면 기존보다 공제액이 줄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어난다. 현금이 부족한 집주인으로선 세금 부담을 감내하기도, 대출을 받아 세입자를 퇴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세제나 대출 규제 등을 통해 무리하게 실거주 의무를 강제하다보면 오히려 임대차 시장에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