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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th SRE]‘WORST’ 떠난 이랜드·롯데물산·삼성重·GS건설

이명철 기자I 2018.05.16 15:32:34

사모채·대출·유상증자로 선회하다

자료: 이데일리 SRE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SRE 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워스트레이팅) 조사에서 단골 상위권을 차지하던 주요 기업들이 자취를 감췄다. 저마다의 이유로 회사채 발행을 중단하면서 크레딧 시장에서 평가받는 신용등급 자체가 소멸된 것이다. 다만 공모 회사채 대신 유상증자나 기업어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처럼 이들 기업이 다시 SRE 워스트레이팅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이번 27회 SRE 워스트레이팅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그간 크레딧 시장에서 우려를 받던 이슈어들의 퇴장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은 이랜드리테일·이랜드월드(이하 이랜드)를 비롯해 수주 리스크가 불거진 삼성중공업(010140)GS건설(006360), 제2롯데월드 불확실성이 지배했던 롯데물산 등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장의 혹독한 평가를 받았지만 모두 만기 가 만료됨에 따라 더이상 장기 신용등급을 보유하지 않게 됐다.

◇ 크레딧 이슈 잠잠…워스트 순위도 하락

워스트레이팅 순위에서 빠진 이들 기업은 최근 SRE 조사 때마다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랜드는 중국 현지법인 실적 저하 등 현금 창출력 부진과 차입금 부담이 불거지면서 지난 22회 3위에 올랐다. 이후 23회와 25회에서 각각 2위에 오르는 등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다. 22회 때만 해도 이랜드 신용등급은 각 ‘BBB+’이었지만 지난해 ‘BBB-’로 2단계 하락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수주산업인 조선, 건설업을 영위하는 삼성중공업과 GS건설은 해외공사 손실과 수주 감소 리스크로 크레딧 이슈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23회 5위에 오른 후 24회 6위, 25회 7위로 상 위권을 유지했다. 선박 공급 과잉으로 발주가 줄어든 데다 해양 플랜트 손실로 실적 쇼크를 기록하며 재무 안정성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건설업 불황 시기 상위권을 보이던 GS건설은 경기 개선에 힘입어 최근 순위 자체는 크게 낮아졌다. 롯데물산은 롯데그룹의 역점사업인 제2롯데월드를 추진하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21회 2위에 오른 후 꾸준히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등급 적정성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26회 들어 워스트레이팅 득표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랜드는 10위로 순위가 크게 내려왔고 롯데물산 26위, 삼성중공업·GS건설은 공동 29위로 사실상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오랫동안 지속된 유동성 위기가 일단락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 밖으로 벗어난 것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이랜드의 경우 이제는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에서 관심이 많은 기업”이라며 “다른 곳도 유효 신용등급이 없다 보니 워스트레이팅 목록이 무의미해졌다”고 설명했다.

자료: 이데일리 SRE
◇ 잇단 신용도 하향 조정…각자도생의 길로

회사채 공모를 하지는 않지만 각자만의 방법으로 자금 소요나 부채 차환 또는 상환에 대응하고 있다. 등급 하향 조정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았던 이랜드는 중국 티니위니와 모던 하우스, 이랜드파크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자산 정리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에는 이랜드리테일이 500억원 규모의 담보부사채를 발행하기도 했으며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대상으로 1조원대 투자 유치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에 힘입어 이랜드그룹은 2013년 400%에 육박하던 부채 비율을 지난해 198%까지 낮췄고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 속 1000억원대 영업이익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만 2500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사모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신용등급 평가 의무가 없는 사모 발행 특성상 신용평가를 새로 받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공모채 대신 금리가 높더라도 사모채를 받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또 올해 4월에는 1조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함으로써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작년말 기준 조정부채비율은 112.2%였는데 유상증자 효과 등을 고려하면 단기 자금운용 부담은 크게 완화됐다는 판단이다. 신용등급이 ‘A-’까지 내려갔던 GS건설은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있다. 작년 초에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종전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리면서 자본증권 발행 가능성도 열어놨다.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 사업이 한창이던 2013년을 마지막으로 회사채 공모를 하지 않고 있다. 기업 어음(CP)을 발행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일본 금융권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자금 소요가 발생함에도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여러 가지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저금리 기조에서 은행 대출 등 다양한 통로가 있다 보니 굳이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라며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사모 형태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분석했다.

◇ 차입구조 장기화 필수…“다시 돌아온다”

공모시장을 잠시 떠나있지만 이들 기업이 다시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평가사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자의가 아닌 신용도 리스크 때문인 경우여서 여건만 되면 수천억원대의 금액을 2~3%대 금리로 빌릴 수 있는 공모시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올해 상반기 그룹 부채비율을 150% 이하로 낮출 계획인 이랜드는 당분간 중단됐던 이랜드리테일 상장이라는 긍정적 요소도 남아 있다. 유통구조 변화에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업계 특성상 재무 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다시 공모채 시장에 나설 전망이다. 단기 위주로 구성된 차입금의 장기화를 위해서도 회사채 공모는 필수다. GS건설과 롯데물산은 주로 만기 1년 미만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단기 차입금이 2016년말 각각 1조 271억원, 8100억원에서 작년 말 1조 6843억원, 9500억원으로 64%, 17% 가량 증가했다. 이랜드그룹도 차입 만기 구조의 장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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