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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된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해 임기 중 추도식 참석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지역과 계층, 세대의 경계를 허물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문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인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고 문 대통령에 정치를 ‘운명’으로, ‘운명’을 넘은 ‘숙명’으로 만든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 드린다”는 말로 ‘조건부 작별’을 단행했다. 매년 추도식에 참석해왔던 문 대통령은 처음 남긴 추도사에서 ‘작별’을 꺼내며 굳은 통합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자연인으로서는 얼마든지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했으나 대통령이라는 공직에 오른 이상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만 참석하고 다른 전임 대통령의 추도식에 불참하게 되면 통합 메시지를 설파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여겨진다. 실제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도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단에서 후보 시절 줄곧 강조해왔던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통합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앞으로 국정운영 역시 ‘통합’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추론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강조했다.
◇ 임기 중 마지막 盧 헌화..12분의 참배
문 대통령은 추도식을 마치고 오후 3시 18분께 헌화 및 분향을 위해 묘역으로 이동했다. 참배객들은 “문재인”을 연호하면서 대통령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 앞에 선 문 대통령을 반겼다.
묘역 입구에서 노무현재단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흰 장갑을 착용하고 국화꽃을 받은 후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 씨,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참배단 맨앞줄에 서서 이동했다.
오후 3시20분,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참배를 시작하겠다”는 사회자 안내 멘트에 따라 문 대통령은 헌화와 분향을 하고 묵념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 여사와 장남 건호씨, 이해찬 이사장에 이어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헌화 및 분향 차례를 기다렸다.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인 김홍걸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유족 대표로 분향했다.
뒤를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추미애 대표,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헌화와 분향, 묵념을 했다.
오후 3시30분 참배단 대표는 너럭바위로 이동해 주위로 둥글게 서서 노 전 대통령 소갯말과 무덤 소갯말 등 방송 안내 멘트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멘트를 듣는 동안 눈을 감고 경청하다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묵념으로 인사를 하며 참배가 종료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 씨를 만나 추도식에 앞서 오찬을 진행했다. 오찬은 봉하마을 사택에서 오후 1시부터 40분간 이뤄졌다. 식사는 권 여사가 직접 가정식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 자리에는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경수 의원, 민홍철 의원,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허성곤 김해시장 등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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