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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로 이재용 옭아맨 특검, 재판서 정황증거만…삼성 "증거대라"

성세희 기자I 2017.04.20 18:42:59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번째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재호 성세희 한광범 기자] 최순실 측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차례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가장 많이 사용한 표현은 ‘정황에 비춰보면’이다. 경영권 승계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최순실 승마 지원 등 이 모든 상황을 이재용 부회장이 다 알고 지시했다는 것이 특검 측 주장이다.

정확한 물증과 증거는 없다. 단지 몇몇 삼성 인사들의 입에서 나온 ‘그럴것이다’는 말을 종합한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미래전략실 보고체계 등을 잘 모르는 특검팀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미전실 팀장들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고 1차적으로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이나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에게 보고 한 후 최종 이 부회장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다”며 “이 과정에서 최지성 전 실장이 판단해 결정되는 것도 많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주요 사안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특검이 주장한 모든 사안들 다 보고 받았나?

20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와 딸 정유라씨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특검팀은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이 최씨 모녀를 지원하게 된 게 이 부회장 지시라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최 전 실장 등 미전실 임원이 최씨 모녀를 지원했다고 항변한다. 특히 최 전 실장은 병석에 있는 이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진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삼성 특검 이후 미전실을 설립했고 이 부회장 대신 경영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미전실이 이 부회장 영향력 아래 있다고 판단한 특검팀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지난 14일 재판에서 공개한 최 전 실장의 신문조서에는 “이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진다”라며 “이 부회장이 (본인에게)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담겼다. 최 전 실장은 “(삼성 후계자인) 이 부회장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중요한 현안만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미전실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업무를 일일이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국외 투자 등 주로 경영 전반적인 사안만 결정한다”라고 지적했다. 삼성 변호인단의 송우철 변호사도 “이 부회장이 미전실에서 어떤 지위나 권한을 휘두를 수 없다”며 “최 전 실장 등은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을 위치가 아니다”고 변론했다.

다만 특검팀은 최 전 실장 등의 진술에 “대기업 총수를 두둔하는 실무책임자의 총대 메기”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최 전 실장 재판에서 “(최 전 실장처럼) 대기업 총수를 위한 총대 메기가 쟁점이 된 사건이 꽤 많았다”라며 “이전 사건이 이번처럼 직접 개입을 상대적으로 덜했음에도 간접 개입만으로도 그룹 총수가 책임을 졌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위해 최순실 접촉했나?

이 부회장이 최씨 모녀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도 쟁점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2차 독대를 진행한 2015년 7월 이전에 최씨의 영향력을 인지했다고 주장한다. 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독대하는 과정에서 정씨의 승마 지원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최씨 모녀를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재판에서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세 번째 독대하면서 안 전 수석에게 면담 내용을 불러줬다”라며 “안 전 수석 수첩에 독대 내용인 금융지주회사와 빙상, 승마 등 13개 주제가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두번째 독대에서 문화융성을 언급했고 이 부회장이 재단 출연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노리고 뇌물로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한 재단 출연과 정씨 지원 등을 수용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지난해 8월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처음 최씨 모녀를 알게 됐다고 항변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출연하라고 압박을 가했기 때문에 삼성은 어쩔 수 없이 재단 출연금을 냈다는 논리를 폈다. 또 특검팀의 주장이 안 전 수석 업무 수첩을 왜곡해 물증에 기반하지 않은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 때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재단 출연이나 삼성물산 합병 내용을 언급한 적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도 “이 부회장이 최지성 전 실장에게 독대 내용을 전달했을 뿐 지시를 내린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뇌물공여죄 동기가 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 회장 와병 전에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결정하고 삼성 계열사 구조 개편을 준비했다”이라며 “이 회장이 건강할 때 이 부회장의 상속을 대비하는 건 삼성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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