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정명석, 성폭행·강제 추행 혐의 징역 17년 확정
기자회견 열고 모습 드러낸 홍콩인 피해자 메이플
“추가 피해 막을 수 있어서 좋다” 소회 밝혀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긴 싸움 끝에 드디어 답이 나왔습니다. 정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명석 씨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된 것으로 제가 받은 상처와 고통이 온전히 치유되거나 보상되진 않겠지만, 더 이상 새로운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 싶었다는 목적은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 씨(80)로부터 성폭행당한 홍콩 국적의 피해 여성 메이플(30)은 정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당일인 9일 서울 서초구 한국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 정명석의 여신도 성폭행 피해자인 메이플 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명석에 대한 대법원 17년형 선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메이플은 이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검은색 의상을 착용하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플이 이른바 ‘올블랙’ 코디로 등장한 것에는 JMS에 저항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JMS는 검은색을 사탄(악마)의 색으로 분류하고 신도들에게 검은색 옷을 입지 못하도록 한다.
그는 “그동안 정신적으로도 힘들었고, 뉴스가 퍼지면서 직장을 못 찾아 앞날도 막막했다”며 “그런데 모든 게 끝났으니 이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피해자들에게 ‘저도 끝냈으니까 끝낼 수 있다,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는 JMS 피해자를 지원해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도 참석했다.
| 정명석의 여신도 성폭행 피해자인 메이플 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명석에 대한 대법원 17년형 선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정명석의 성범죄 혐의를 알린 김도형 단국대 교수, 메이플 씨,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 사진=연합뉴스 |
|
한편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준강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정 씨는 2018년 2월~2021년 9월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17차례에 걸쳐 메이플을 추행·성폭행 하고, 호주 국적의 여신도를 5차례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정 씨는 자신을 ‘메시아’로 부르며 신도들을 세뇌한 상태에서 마치 종교적 행위인 것처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정 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1심은 “정 씨는 스스로를 메시아로 칭하며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으며, 피해자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에 따라 산출된 권고형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며 징역 17년으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