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범식은 단순한 민관협력 출범을 넘어 서울관광의 패러다임을 예술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공연·전시·관광·공공기관 등 총 83개 민관 기관이 참여한 점에서 실질적인 실행 기반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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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개회사에서 “한류 콘텐츠에 기반한 관광 유입은 일정 수준 이상 성장했지만 이제는 포스트 한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일본 등 선례처럼 한류 역시 소멸할 수 있다”며 “뉴욕·런던처럼 예술이 일상화된 도시관광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길 대표는 최근 관광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술관광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서울 방문 외래관광객의 90% 이상이 예술 기반 체험에 관심을 보였으며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정서적 체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어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예술관광은 서울의 관광정책인 ‘3377 전략(외래 관광객 3000만명, 1인 평균 소비 300만원, 체류 7일, 재방문율 70%)’의 핵심 수단”이라며 “서울을 넘어 전국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문화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 예술관광 얼라이언스는 공연(19개), 전시(30개), 여행사(26개), 공공기관(8개)으로 구성돼 있으며, 예술관광 상품 기획·운영, 온·오프라인 홍보, 해외 인플루언서 연계 콘텐츠 제작 등을 공동 수행하게 된다.
현장 중심 콘텐츠와 언어 장벽 해소 필요성 제기
이날 무대에 오른 서울대 국악과 안나 예이츠 교수는 판소리 공연과 함께 외국인 관점의 조언을 덧붙였다. 그는 “좋은 예술 콘텐츠가 있어도 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면 효과가 반감된다”며 “고품질 번역과 해설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연택 한양대 명예교수는 서울의 관광이 이제는 감정과 정서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관광은 랜드마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서를 경험하는 일”이라며 “예술관광은 서울을 제2의 고향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감성적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90년 전 간송 전형필 선생이 강조했던 문화의 공공성과 현대 콘텐츠의 접목이 이번 얼라이언스와 맞닿아 있다”며, “유관기관 간 협업을 통해 창의성과 상상력이 살아 있는 예술도시 서울을 실현하자”고 말했다.
서울 예술관광 얼라이언스의 출범은 단순한 협의체 구성을 넘어, 서울 관광정책의 전략적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한류 유입 중심에서 ‘정서 기반의 체류형 관광’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관광객의 소비 구조와 콘텐츠 소비 방식 모두를 바꾸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서울관광재단은 앞으로 예술관광 얼라이언스를 거점으로 ▲정기 예술관광 상품 개발 ▲예술 연계 전시·공연 일정 연계 큐레이션 ▲공공·민간 공동 홍보 캠페인 ▲글로벌 문화도시 서울 브랜드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