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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연·조인성이 외계인과 총격전 벌인 그 도로는?… 영화 '호프' 숨겨진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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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기자I 2026.07.22 12: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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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결말부 등 주요 장면 촬영
주민도 모르는 외딴 장소 섭외
고립감·긴장감 표현에 최적

영화 '호프' 포스터. 포스터에 담긴 차량 추격신이 합천 성기대교에서 촬영됐다.
영화 '호프' 포스터. 포스터에 담긴 차량 추격신이 합천 성기대교에서 촬영됐다.
[이데일리 김은아 기자] 영화 ‘호프’가 개봉 7일차에 누적관객 24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촬영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촬영지는 전남 해남이다. 제작진은 북평면 일대에 1970년대 분위기를 간직한 ‘호포리’ 세트를 지었다. 여기에서 촬영한 장면은 영화 초반부 추격신에 등장한다.

반면 합천은 잘 알려지지 않은 촬영지다. 영화의 엔딩부를 책임지는 도로 추격신의 무대가 바로 합천이다. 주요 캐릭터들과 외계인 마베이요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고, 우주적 재난을 목격하게 된다.

해당 신은 합천군 가야면 성기리의 성기대교에서 촬영했다. 도로 주변으로는 두무산, 오도산, 비계산 등 가야산에서 뻗어나온 해발 1000m 안팎의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웅장한 풍경을 완성한다. 우주적인 스케일의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배경으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로 그 풍경이다.

출입이 통제된 폐도에서 촬영된 결말부 추격신(사진='호프' 예고편)
출입이 통제된 폐도에서 촬영된 결말부 추격신(사진='호프' 예고편)
성기대교는 2015년부터 출입이 통제된 폐도(廢道)라 포털 지도 서비스에서는 검색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점이 촬영에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해당 신에서는 총격과 카레이싱 등 고난도의 스턴트가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 장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기에 장기간 촬영이 필수적이었다. 촬영지 섭외 조건에 ‘통제가 수월해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간 이유다. 인적이 끊긴 지 오래인 공간 특유의 공기는 작품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성기대교에서 촬영 준비 중인 '호프' 팀(사진=경남문화예술진흥원)
성기대교에서 촬영 준비 중인 '호프' 팀(사진=경남문화예술진흥원)
성기대교에서는 ‘호프’ 이후에도 드라마 ‘금주를 부탁해’, 영화 ‘홀’ 등 다수의 작품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러나 민간인의 통행은 금지되어 있어 직접 촬영지를 방문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도로와 맞닿아 있는 구간에서도 촬영이 이어졌다. 인근 호두밭에서는 고성기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추격신 일부를 촬영했다. 흔쾌히 촬영에 협조한 바람길농원 황희숙 씨는 “촬영에 방해가 될까 싶어 현장에는 나가지 않았다”면서도 “말이 산책하느라 마을을 걸어다니고, 구형 경찰차도 보고 재미있는 구경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배우 동선에 맞게 호두나무 가지를 조금 잘라냈는데, 쳐낸 자리에서 나온 수액을 나홍진 감독이 마셨다는 후문도 전했다. 황씨는 “평소 성기리는 조용한 곳인데 영화를 찍는 동안은 젊은 사람들로 북적여서 동네에 활기가 돌았다”며 “한달 넘게 마을 곳곳에서 함께 지내서 그런지,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떠난다고 했을 때 억수로 서운했다”고 말했다. ‘호프’ 엔딩크레딧에는 황희숙씨를 비롯해 촬영에 도움을 준 마을 주민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배우들은 인근 거창군 숙소에서 머물며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예능 ‘핑계고’에 출연한 황정민, 정호연, 조인성이 촬영 중 즐겨 찾은 맛집으로 소개한 합천 식당은 합천이 아닌 거창의 백초 손수제비다. 촬영기간 동안 배우와 제작진이 자주 찾은 단골집이다. 촬영 관계자는 “사장님이 무뚝뚝한 편이라 ‘촬영이 빨리 끝나서 다들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배우들이 먹고 싶다고 하는 음식이 있으면 기억했다가 만들어주셨다. 손맛이 워낙 뛰어나 배우들뿐 아니라 제작진도 오래 기억 남는 식당으로 손꼽는다”고 말했다.

외계인 해부 장면이 촬영된 합천의 곡식보관창고(사진=경남문화예술진흥원)
외계인 해부 장면이 촬영된 합천의 곡식보관창고(사진=경남문화예술진흥원)
비중은 작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또 다른 장면도 합천에서 촬영됐다. 보건소장(황석정 분)이 허름한 폐창고에서 미지의 생명체를 해부하는 장면이다. 뭐가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어두컴컴한 창고, 보건소장이 거대한 톱으로 외계인을 해체해 나가자 끈적한 피와 내장이 하얀 가운을 물들이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다.

장면이 촬영된 공간은 청덕면 송기저수지 인근의 곡식 보관 창고다. 외진 곳에 있어 관광객은커녕 동네 주민들조차 존재를 아는 이가 드문 곳이다. 제작진은 지역 부동산과 주민들을 수소문해가며 여러 후보지를 확인해나갔다. 그중에서 영화 미장센과 촬영 동선에 가장 부합하는 창고를 찾아 촬영지로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성기대교에서 촬영 준비 중인 '호프' 팀(사진=경남문화예술진흥원)
성기대교에서 촬영 준비 중인 '호프' 팀(사진=경남문화예술진흥원)
포지드필름스는 촬영지 섭외 기준을 “나홍진 감독이 구상한 영화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공간의 구조가 연기 동선과 액션이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했다. 장기간 촬영이 가능한지, 촬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까지를 고려해 촬영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런 점에서 합천은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촬영지였다. 포지드필름스 관계자는 “합천은 굽이치는 산맥과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지는 산세, 그리고 높은 지형에서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을 갖췄다. 이는 영화가 담고자 한 고립감과 긴장감, 그리고 치열한 액션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매우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출입이 통제된 폐도에서 촬영된 결말부 추격신(사진='호프' 예고편)
출입이 통제된 폐도에서 촬영된 결말부 추격신(사진='호프' 예고편)
‘호프’는 합천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경상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사업에 공모해 제작비를 일부 지원받았다. 해당 사업은 경남에서 촬영을 진행한 작품 중 지역 인력·업체 활용, 지역 기여도 등을 검토해 제작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비는 지역에서 사용한 금액의 40%를 환급해주는 사후 정산 방식으로 지급한다.

합천과의 인연으로 ‘호프’는 영화 개봉일인 15일 합천 소재 합천시네마에서 무료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합천에서는 드라마 ‘고래별’이 촬영 중이다. 배우 문가영·최우식 주연으로 2027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작품은 1920~1980년대 거리를 조성한 대규모 세트장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김혜란 주임은 “‘호프’에서 합천이 인상적인 로케이션으로 활용된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대와 풍경을 담아내는 경남의 매력을 알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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