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59분 30초. 이 숫자를 쪼개보면 소름 끼친다. 1㎞당 평균 2분 50초. 100m로 환산하면 17초다. 일반인 기준으로 100m를 17초에 뛰라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필자 입장에선 ‘지금 당장 전력질주해서 50m쯤 가다 쓰러지라’는 말과 같다. 그걸 420번 넘게 반복해야 한다. 중간에 물 한 모금, 숨 한 번 고를 틈도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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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시간 벽에 첫 금을 간 건 사웨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가장 먼저 ‘서브-2’를 달성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1시간 59분 40초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공식 기록은 아니었다. 혼자 뛰었고, 페이스메이커가 교체 투입됐으며, 레이저 유도 차량이 최적 경로를 그려줬다. 코스·날씨·영양·장비까지 과학이 총동원된 ‘이벤트’였다. 세계기록 공인 요건(공개 대회, 복수 선수 경쟁, 페이스메이커 제한 등)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래도 의미는 컸다. “어? 되네?”라는 생각이 전 세계 러너의 머릿속에 박혔다. 고정관념이 깨진 순간이다. 그리고 6년 뒤 런던, 사웨는 그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 경쟁자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공식 대회에서, 기록지에 영원히 남는 진짜 ‘최초’가 탄생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의 하루 컨디션 탓이 아니다. 이건 ‘마라톤판 어벤져스’가 10년 넘게 짜 맞춘 퍼즐의 완결판이다. 우선 선수가 뛰어나야 한다. 케냐·에티오피아 선수들이 마라톤에서 유독 강한 건 킬리만자로 산맥 고지대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공기 희박한 곳에서 심폐기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뒤 이를 평지에서 터뜨린다. 최근에는 어린 유망주 시절부터 과학적인 훈련을 적용한다. 그냥 ‘오래 달리기’가 아니라 ‘빠르게 오래 달리기’다.
마라톤 최대 적은 ‘오버페이스’다. 초반에 신나서 날뛰면 30㎞ 이후 다리가 파업한다. 1㎞당 랩타임을 초 단위로 쪼개고, 페이스메이커가 박자를 맞춰준다. 사웨도 25㎞ 지점까지 페이스메이커 뒤에 붙어 리듬을 탔다. 혼자 뛰었으면 불가능했다.
코스와 날씨도 뒷받침해야 한다. 평탄한 코스, 10~12℃ 서늘한 기온, 약한 바람. 런던마라톤은 이 조건을 거의 완벽히 갖췄다. 대회 측은 수년 전부터 ‘서브-2 가능 코스’로 설계를 다듬었다. 기록은 선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도시 전체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30㎞ 이후 ‘벽’을 맞닥뜨리는 건 글리코겐 고갈 때문이다. 경기 전 탄수화물 로딩, 레이스 중 젤·음료 섭취 타이밍·농도까지 계산한다. 라면 물 550㎖ 맞추듯 정밀하다. 사웨도 5㎞마다 보급대를 놓치지 않았다. 한 모금도 허투루 마시지 않았다.
‘서브-2’ 대기록이 나오자마자 터진 논쟁이 수면 위로 올랐다. 카본 플레이트 박힌 두꺼운 고반발 밑창, 일명 ‘슈퍼슈즈’다. ‘스프링 달린 신발 신고 뛴 거 아니냐’, ‘기술 도핑 아니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약물 도핑은 몸 안에 금지 약물을 넣는 것. 기술 도핑은 장비로 힘을 보태는 것이다. 수영에서 전신 수영복이 기록 양산 뒤 금지된 전례가 있다. 마라톤도 똑같다. 2020년 세계육상연맹이 규제를 꺼냈다. 밑창 두께 40㎜ 이하, 카본 플레이트 1장만 허용, 시판 제품만 착용 가능하도록 규정을 정했다. 한 마디로 ‘비밀 병기 안 된다’는 원칙이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특정 브랜드 후원 선수만 최신형 신발을 먼저 신는다. 기록 경쟁이 ‘어느 회사 장비를 먼저 신느냐’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 연맹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변수다.
10년 전만 해도 스포츠 과학자들은 논문에서 단언했다. ‘인간은 생리학적으로 2시간 벽을 깨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 최대 산소 섭취량, 젖산 역치, 주행 경제성 등 수치를 들이밀며. 그런데 깨졌다. 인간의 한계는 고정된 상수가 아니었다. 노력과 과학이 만나면 이동하는 변수였다.
사웨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했다. “내 다리가 뛴 게 아니다. 내 준비가 뛴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다시 묻는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누가 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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