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 첫 ''로봇 상시 판매'' 매장 개장
휴머노이드 3100만원·4족 로봇 등 14종 전시
‘판매’보다 체험·집객…오프라인 경쟁력 실험
로봇 시장 성장…가전 매장 ''새 먹거리'' 모색도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여든 넘어 이런 세상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기계가 사람처럼 움직인다니… 직접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 정말 살고 볼 일이지 않아?” 3일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139480) 영등포점의 가전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 펜스 너머 휴머노이드를 바라보던 한 백발의 고객이 탄성을 쏟아내고 있었다. ‘국내 최초 로봇 매장 상륙’이라는 안내 문구 아래 열두 살 아이 키만 한 로봇이 사람처럼 두 발로 서 있고, 그 옆에는 네 발로 선 4족 보행로봇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삼삼오오 발길을 멈춘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사진을 찍는다.
“어떻게 움직여요?”, “시연은 언제 볼 수 있어요?”, “3000만원이면 살 수 있는 건가요?” 로봇 앞에 선 사람들의 입에선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자영업자는 “매장에 휴머노이드를 세워두면 손님이 몰릴 것 같다”며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 |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 일렉트로마트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격은 3100만원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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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볼 일’ 된 로봇…4족 보행도 벌써 팔렸다
이마트가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로봇 판매 매장을 열었다. 영등포 일렉트로마트는 지난달 30일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한 14종의 상시 판매에 나섰다. 과거 팝업 형식으로 로봇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매장을 꾸려 판매까지 하는 건 처음이다. 온라인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체험’을 무기로 집객을 끌고, 이커머스 공세에 밀려온 오프라인 가전 매장의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포석이다.
 | | 영등포점 일렉트로마트에 마련된 로봇 판매 매장에서 고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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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마트 로봇 매장에서 한 고령의 고객이 감정 표현이 가능한 반려로봇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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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주인공은 단연 3100만원 가격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해외 제조사 유니트리의 G1 기본형 모델로, 올해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에서 복싱하는 로봇으로 화제를 모았다. 매장에 전시된 기본형은 걷기, 앉기, 손 흔들기 등 간단한 동작이 가능하며 리모컨이나 앱으로 조작한다. 고급형으로 올라가면 태권도, 춤 등 고난도 동작까지 수행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가격대도 높아진다. 이날은 시연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주말 등에는 로봇이 직접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강아지와 비슷한 4족 보행로봇(476만원)도 있다. 점프, 스트레칭, 악수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고 사람의 말을 이해해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등 매장 제품의 수입·유통사인 정원테크 관계자는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로봇 모두 교육기관이나 기업 쪽에서 연구·전시 목적의 문의가 꾸준하다”며 “최근 4족 보행로봇은 실제로 판매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매장에는 기술 중심의 고가 로봇만 있는 건 아니다. 치매예방 게임과 24시간 돌봄 모니터링이 가능한 ‘돌봄로봇 다솜’(198만원), 생성형 AI를 탑재해 사람과 대화하고 따라다니는 반려로봇 ‘루나 프리미엄’(88만원), 감정 표현이 가능한 ‘로펫 프로’(59만 9000원)까지 라인업이 다양하다. 10만~20만원대의 인공지능(AI) 키링 로봇, 바둑 게임보드 등 부담 없는 가격대도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실제 판매는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의 바둑 로봇과 반려로봇 위주로 이어지고 있다.
 | | 어린이 고객이 이마트 로봇 매장에서 바둑 로봇과 대국을 체험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실제 판매는 바둑 로봇과 반려로봇 등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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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매출 목적 아니다…이마트의 노림수는매장 한쪽에서는 어린이와 노인 고객이 바둑 로봇과 대국이 한창이었다. 얼굴 인식으로 감정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 ‘리쿠’(550만원) 앞에서는 한 노인이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장을 보러 나왔다는 한 주부는 “아이 손 잡고 마트에 왔다가 로봇이 있다길래 들어와 봤다”며 “바둑도 두고 말도 하는 로봇이 있다니, 아이가 떠날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 | 이마트 영등포점 로봇 매장에서 시니어 고객이 반려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로봇 매장은 구매뿐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로 고객 발길을 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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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마트가 로봇 매장을 연 건 당장의 매출보다 집객 효과를 노린 전략에 가깝다. 3100만원짜리 휴머노이드가 대량 판매될 가능성은 낮지만, 온라인에서는 사진과 스펙으로만 접하던 로봇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접 보고 만지며 대화까지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로봇을 파는 마트’라는 화제성 자체가 발길을 끄는 콘텐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마트가 최근 ‘과자 골라담기’ 등 체험형 콘텐츠로 집객 효과를 본 것처럼, 로봇 매장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로봇이 장기적으로 이커머스 공세에 고전 중인 가전전문점에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20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를 380억달러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60억달러)의 6배 이상을 끌어올린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연평균 7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로봇은 구매 전 체험해보려는 수요가 큰 만큼, 오프라인 채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앞으로도 다양한 로봇 제품을 발굴해 소매 시장 판매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장용규 이마트 가전 바이어는 “해외 전시장에서나 접할 수 있던 로봇을 일반 소비자가 직접 보고 체험하며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로봇 매장을 선보였다”며 “향후 로봇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하는 생활 가전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