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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도 몸부림”…새끼들 지켜낸 엄마 백구

권혜미 기자I 2025.03.26 15:56:34

산불 휩쓴 의성서 발견된 ‘백구 가족’
뜬장에 갇힌 채, 새끼 한 마리는 죽어
“불길 속에서 새끼들 지켜낸 금순이”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울산·경상 지역 등으로 번지며 닷새째 산불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 진돗개가 새끼들과 함께 불길을 견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안기고 있다.

25일 동물구조단체 ‘유엄빠’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의성의 한 뜬장 안에서 새끼들과 함께 발견된 진돗개의 사연이 전해졌다. 유엄빠는 이 개에게 ‘금순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사진='유엄빠' 공식 인스타그램
유엄빠는 “재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피소는 동물을 거부하는 현실”이라며 “잿더미 속에서 혹시나 살아남은 생명이 있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뒤지던 중, 깊은 산기슭에 숨어있는 뜬장들을 발견했다”고 운을 뗐다.

이 뜬장 안에는 굵은 쇠줄에 묶여 불을 피해 도망갈 수도 없었던 금순이와 새끼 강아지들이 있었다. 유엄빠는 “금순이는 불 앞에서 새끼들을 지키려 피부가 찢기고 벗겨질 때까지 필사적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역력했다”고 했다. 하지만 새끼 강아지 중 한 마리는 이미 죽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순이와 남은 새끼 강아지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만 금순이의 경계심이 심해 두꺼운 쇠목줄을 풀어주지 못했고, 마취가 된 후에야 쇠목줄을 풀어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유엄빠' 공식 인스타그램
유엄빠는 “금순이의 몸에는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불에 달궈진 뜬장에 발바닥도 탔고, 모유를 먹이느라 부은 가슴도 화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유엄빠 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금순이의 털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피부 곳곳에는 화상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목줄을 한 곳에는 살이 파인 흔적이 있었다. 검사 결과 간수치 또한 높게 나왔다고 한다.

유엄빠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강인하게 새끼들을 지켜낸 어린 엄마에게 ‘금같이 귀하게 살라’는 소망을 담아 ‘금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새끼 낳는 노예로 취급받던 미천하고 비참한 백구의 삶. 불길 속에서 새끼들을 지켜낸 금순이의 용기와 모성이 헛되지 않도록 금순이의 앞날을 함께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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