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오른 첫 날인 1일, 시민들은 “월급 빼고 다 오른다”며 한탄을 쏟아냈다. 택시기사들은 “그 동안 너무 올리지 않았다”면서도 요금 인상으로 승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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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를 기점으로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랐다. 기본요금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기본요금이 적용되는 구간은 2㎞에서 1.6㎞로, 추가 요금이 100원씩 올라가는 거리는 132m에서 131m로 각각 줄어들었다. 여기에 시간 요금 역시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돼 미터기가 올라가는 속도까지 빨라졌다.
이미 각종 생활 물가는 물론, 난방비 등 공과금까지 오를 대로 오른데다가 택시비까지 오르자 시민들은 부담을 호소했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오후 10시~11시엔 할증률 20%,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2시엔 할증률 40%를 적용한 데 이어 조치여서다. 이날부턴 밤 11시에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6700원으로 작년보다 3000원정도 더 비싸다.
아침잠이 많아 종종 출근길 택시를 이용한다는 서울 마포구의 직장인 김모(32)씨는 “평소라면 7000원 정도면 되는 거리가 오늘 9200원 나왔다”며 “기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택시비가 올랐다는 걸 깨달았는데, 이젠 늑장 부릴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서구의 직장인 김모(42)씨도 “이틀 전엔 1만5000원 나왔는데 오늘은 1만9900원이 찍혀서 놀랐다”며 “야근하고 퇴근하면 40% 할증 시간대인데 벌써 성질난다”고 했다.
이들을 포함한 적잖은 시민들은 이제 이전만큼 택시를 타지 못할 거란 반응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택시는 대중교통이 끊기거나 급할 때 등 피치 못할 때 타는 건데, 할증 시간을 당긴 지 얼마 만에 요금을 또 올리는 거냐”며 “급해도 이젠 이전처럼 쉽게 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직장인 박모(32)씨도 “회식 한 번 참석하면 택시비를 회사에서 줘야 할 판”이라며 “기본요금 인상에 야간 할증은 할증대로 붙는다면 예전보다 2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우려했다.
◇ 기사들 “기름값 보전도 안되지만…승객 감소 걱정”
4년만의 요금 인상이지만 택시기사들이 마냥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요금 인상과 비례해 승객이 줄을 수 있단 걱정 때문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19년째 개인택시를 모는 박모(61)씨는 “기본요금이 올라도 작년에 오른 기름값 보전도 안된다”면서도 “택시는 기본요금 1000원만 올라도 심리적 저항감이 높아 오히려 손님들이 택시를 안 탈까봐 고민”이라고 했다. 박씨는 “중랑구 택시다보니 인근인 경기 구리시, 남양주시 등도 자주 가는데 심야에 서울을 벗어나면 할증이 엄청 붙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젊은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새벽 첫 차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법인택시 기사들도 일단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승객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당장은 아니라도 조만간 사납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수입이 크게 늘진 않을 걸로 보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법인택시 기사 강모(74)씨는 “아직은 아니라도 두세 달 뒤엔 사납금이 오를 것”이라며 “시민들은 가격이 부담되고, 기사들 역시 크게 벌이가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시는 택시 요금이 오른 만큼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불친절 관련 신고가 누적된 경우엔 각종 지원 중단 등 불이익을 주고, 민원 발생시 ‘불친절 요금 환불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의 택시기사 A씨는 “요금이 오른 만큼 손님들의 기대도 커질 수 있다”며 “차량을 좀 더 좋은 것으로 바꾸거나, 내부를 깨끗이 유지해서 손님이 더 편하도록 운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