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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3일 차 5세션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토론자들로 나선 이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이날 5세션은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 크리스토프 하이더 한국기업컨설턴트협회 선임고문, 이동수 SML메디트리 대표, 알렉스 와인랩 이스라엘 사회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먼저 이들은 한국의 일·가정 양립 정책이 세계 수준이라는 데는 공감했다. 하만 대표는 “한국은 육아휴직 제도 등 일·가정 양립 정책만 따지면, 어느 나라보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다”라며 “한국머크도 정답이라고 할 만큼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누구나 마음 편히 일·가정 양립 정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랩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유급 출산휴가는 불과 15주로,한국과 비교하면 이스라엘은 출산장려 정책이 없다시피 하다”며 “그런데도 이스라엘의 출산율은 가구당 3명이 넘는다”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이스라엘보다 저조한 것은 한국 특유의 문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만 대표는 “육아휴직 등 한국에서는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정책이 존재하지만, 마음 편하게 쓰는 문화는 정착하지 않았다”며 “쓰는 사람이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지, 경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등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며, 기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하만 대표는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성평등 순위로 한국은 146개국 중 105위를 기록했다”며 “일본이 125위라 위로를 받는다고 하겠지만, 이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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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 앞장서 실천·정부 파격적 정책 고민 필요
토론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하며, 경영인의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만 대표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1~2번은 재택근무를 하고, 작은 일이라도 가정에 일이 있으면 쉴 수 있도록 한다”며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임기 여성이나 곧 결혼을 앞둔 분들 직장 내 기혼 상사를 보고 아이를 가질지 말지 결정한다”라며 “상사가 아이 때문에 매일 힘들어하는 걸 보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오늘부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정책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하이더 선임고문은 “한국의 급속한 인구감소 현상을 반전하려면 어떠한 인구 정책보다도 파격적인 것이 필요하다”며 “평균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으로는 안 되고, 또한 가족이 있는 것이 ‘힙’(hip)하고, 쿨하다고 생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명의 자녀를 대학 졸업까지 책임진다고 했을 때 한국은 4억5000만원, 독일은 2억5000만원 정도가 든다”며 “독일은 학원 제도가 없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으로 교육 제도의 차이도 출산율에 큰 차이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와인랩 선임연구원도 “1990년대 동기부여 관련 실험 중 미국과 영국에서 헌혈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급했는데 오히려 헌혈자들이 줄어들었다”며 “장려금 지급 등 금전적 출산장려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무상교육 등 간접적이면서 전혀 다른 방식의 지원책도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인구 절벽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출산 장려 제도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워킹맘’ 관련 제도도 중요하다”며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 외에도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은 근무시간 단축을 할 수 있게끔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