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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0에 대해 대중 수출을 승인했으나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의 자급자족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미국산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AI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 이른바 ‘반도체·AI 굴기’를 적극 추진해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에 대해 대중 수출을 허용했지만, 다음달인 8월 중국 규제당국은 자국 기술 대기업들을 상대로 ‘모든 엔비디아 제품 주문 및 테스트 중단’ 지침을 통보했다. 비공식 권고였으나 사실상 신규 주문을 금지한 것이었다. H200 구매에도 신중한 접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 정부가 H200에 대해서도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 구매 필요성과 중국산 대체재로 충족할 수 없는 사유를 제출토록 하는 ‘부분 허용’ 방안이 거론된다.
아울러 H200은 기존 중국 수출용 제품인 H20보다 최대 13배에 달하는 연산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AI용 반도체가 H200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황 CEO는 또 지난 6월 CNBC 인터뷰에선 “만약 엔비디아가 중국에 반도체를 계속 판매할 수 없게 되더라도 화웨이가 그 필요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규모 칩 클러스터를 통해 엔비디아급 성능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다시 미국산 칩 구매를 허용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파트너는 CNBC에 “중국의 전략적 흐름은 이미 바뀌었다”며 “역량 측면에서 볼 때 중국 생태계는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자국 기술로 최적화한 모델을 내수시장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샤 파트너는 이어 “중국이 엔비디아 제품에 다시 의존하면, 향후 미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자국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성능·공급난 고려하면 매력적…단기적으론 수입 병행할듯”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H200 수출 승인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힌 만큼, 중국이 H20과 달리 H200에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업체 퀼터 체비엇의 벤 배린저 기술담당 연구책임자는 “H200은 (H20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칩일 뿐더러 중국 내 칩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H200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 대형 기술 대기업들은 가능하다면 엔비디아와 AMD 제품을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여전히 미국과 대만 등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와 비교하면 첨단 공정 구현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관련 장비 수입도 제한받고 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H200은 성능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옵션으로 평가된다.
샤 파트너도 반도체·AI 굴기에도 “중국이 AI 칩의 성능과 수율 측면에서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며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엔비디아·AMD와 화웨이 등 사이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고 짚었다.
다만 더 아시아 그룹의 디지털 담당 공동대표인 조지 첸도 “향후 5~10년간 중국의 기술·혁신 자립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황 CEO에게 H200을 판매할 좋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H200 도입이 이뤄지더라도, 중국의 장기 전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첸 대표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만 믿고 미국산 칩에 다시 의존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알리바바 등은 여전히 중국의 AI 경쟁 장기전에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