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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고마켓 등에 따르면 중고거래 사이트엔 수능 문제집 등이 판매 물건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EBS 수능특강 문제집 등 11권의 가격이 11만 5700원이지만, 5만 5000원에 내놓는 이도 있었다. 정가로 9450원인 2024 수능특강 영어 듣기 문제집은 3000원에 나왔다. ‘생활과 윤리’와 ‘윤리와 사상’ 1등급을 받은 것을 인증하며 본인이 쓴 필기노트의 PDF파일 버전을 3000원에 내놓거나 사설 학원에서 받은 문제집을 ‘1원’에 내놓으며 협상을 시도하는 이도 있었다. 한 권에 1만 4700원 하는 한국 단편 문학 책은 5000원에 나왔다.
문제집뿐만 아니라 수능 시험장에서 사용한 손목시계 등을 판매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수능 시험장에서만 사용 가능한 시계도 ‘수능시계’란 이름으로 1만원에 올라왔다. 카시오 수능 시계 2개도 1만 8000원에 올라왔다. 수능시험장에서 사용한 샤프, 컴퓨터용 사인펜 등도 게재됐다. ‘2024 수능 샤프+ 컴퓨터 사인펜 세트’가 1만원 대에 나오는가 하면, 여기에 수정테이프 등이 포함된 세트는 3만원 대에 나오기도 했다. 판매하는 지역도 서울 서대문구서부터 경기 고양, 부산, 경남 창원, 충북 청주, 등 다양하다.
과거에는 수능이 끝나면 그간 공부했던 문제집 등을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폐지를 수거하는 곳에 가져다 주고 소액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에 “고등학교 때 공부한 것 문제집 다 모아서 폐지 파는데 가서 무게를 쟀는데 200kg이 나와서 당시 3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함께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등이 활성화되면서 그간 쓸모 없었던 것으로 치부됐던 문제집 등이 쏠쏠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중고거래 업체 관계자는 “중고거래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되면서 수능 문제집 등이 거래되는 것도 하나의 경향성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임모(19)군은 “그냥 버리기가 아깝다고 느껴져 당근 마켓에 내놓게 됐다”면서 “작게라도 돈을 벌면 쏠쏠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고등학생 1학년 아이들이 수능 사인펜이나 샤프가 여분으로 있는지 물어본다”면서 “아무래도 미리 써보고 싶어 하거나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