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석달째 1%대…디플레이션 우려엔 “고물가 정상화”(종합)

강신우 기자I 2024.12.03 11:30:22

통계청 11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석유가격 하락에 전년대비 1.5%↑
석유류 5.3%↓, 전체물가 0.22%p↓
정부·한은 “올해 2%대 안정 흐름”
“비용상승 인플레가 낮아진 것…
환율 상승 반영때 다시 오를수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김은비 기자]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로 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가격이 1년 전보다 큰 폭 떨어진 것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식료품 및 에너지 부문을 뺀 근원물가도 1%대(1.9%)로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2% 이내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일각에선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물가 안정세는 ‘고물가 정상화 과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40(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 상승했다. 지난 9월 1.6%로 내려온 물가 상승률은 이달까지 석 달 연속 1%대를 유지하는 등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안정세가 물가 안정을 견인하고 있다. 석유류는 작년 같은 달보다 5.3% 가격이 내리면서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내렸다. 다만 11월부터 유류세 할인 폭이 일부 축소되면서 하락폭은 전월(-10.9%)보다 줄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0% 올랐다. 지난해 가격이 크게 올랐던 사과(-8.9%)와 쌀(-6.1%), 파(-20.7%) 등의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하반기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월별로 8월 2.4%, 9월 2.3%, 10월 1.2% 오르며 상승폭을 줄였다.

다만 채소류는 여전히 10.4%의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62.5%) △호박(42.9%) △오이(27.6%)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1월 물가는 채소는 하락률이 줄었고 과실은 더 떨어졌다”며 “서비스, 전기·가스 그대로고 석유류 감소폭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3.0% 올랐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32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다. 국내 기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 같은 물가 흐름에 하향 안정화 전망을 확고히 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열린 제48차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향후 물가도 특별한 충격이 없다면 2% 이내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체감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정부와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김웅 한은 부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와 환율상승의 영향으로 당분간 2%에 근접해 갈 것으로 예상되며 근원물가는 현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했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기우란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1.9%로 낮췄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며 “지금은 고물가 수준, 비용인상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물가가 떨어진 것이어서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소비가 활발해져 일어난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저물가, 저성장세가 유지된다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만하지만 이번 물가 하락은 그동안 올랐던 국제유가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디플레이션 진단은 이르다는 이야기다.

정부 역시 같은 의견이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전체적으로 높았던 물가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품목별로도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효과가 물가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며 아직 서비스 지수는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통계상으로 볼 때 수요 위축(내수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으로 볼 순 없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유류세 인하를 2개월 연장한 데 이어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무와 당근의 할당관세를 내년 2월 말까지 연장하고 코코아두·커피농축액·오렌지농축액 등 식품원료 할당관세를 내년에도 계속 시행할 계획이다.

먹거리 물가 빨간불

- “이제 귤 사먹기도 겁나네”…이상 기후에 감귤값 40% 올라 - 한은 "향후 소비자물가 2% 근접…기저효과·환율상승 영향" - 소비자물가, 석 달 연속 1%대 둔화…채소류 10.4% 상승 (상보)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