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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이어 수산업 문닫는다" 심상치 않은 부산·경남

최훈길 기자I 2017.03.01 16:36:14

해수부, 바닷모래 채취 기간연장..이달 재개
44년 만에 어획 최악인데 '엎친데 덮친' 어민
일방통행 결정.."4대강 모래 쓰자" 주장 묵살
"장기적 환경비용·물가인상, 차기정부 부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현 정부에서 대한민국 조선업이 무너졌고 한진해운이 문 닫았다. 이제는 남아 있는 수산업마저 죽이려고 한다. 어획량이 줄어들면 생선 값마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정연송 남해EEZ모래채취대책위원장은 해양수산부가 남해의 건설 골재용 바닷모래 채취를 1일부터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어민들은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로 어업 피해가 심각하다며 대책위를 처음으로 꾸렸다. 이들은 “해상시위로 막고 대선주자를 만나 풀겠다”며 정치쟁점화까지 예고했다. 대선을 앞두고 부산·경남쪽 민심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상황이다.

◇해수부, 바닷모래 채취 기간연장..이달 재개

기계를 통해 바닷모래를 빨아 들이는 모습. 바닷모래는 손쉽게 많은 양을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산·경남 건설업계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다. (사진=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이번 논란은 지난달 27일 해수부 발표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해수부는 “국토교통부의 4차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닷모래 채취단지 지정연장 신청에 대해 이행 조건을 부과해 3월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1년간 650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해역이용협의 의견을 이날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행 법에 따르면 건설업체가 아파트 등을 짓는데 바닷모래를 사용하려면 해수부 협의를 거쳐 국토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2008년 부산신항 공사 등에 건설용 모래 수요가 늘자 남해 EEZ와 서해 EEZ에서 한시적으로 모래 채취를 허용했다. 이후 채취 기간이 네 차례 연장됐다. 부산·경남쪽 건설업계는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손쉽게 바닷모래를 공급 받았지만 어민들 반발은 점점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남해 EEZ의 경우 기간연장을 못하고 지난 1월 중순부터 모래 채취가 중단됐다.

하지만 강용석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이날 “즉각적인 대체 골재원 확보의 어려움과 지역경제 및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했다”며 국토부의 골재채취단지 지정연장 신청을 수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이의신청(지난달 27일부터 90일 이내)을 하지 않고 허가를 하면 이달부터 바닷모래 채취가 바로 가능해진다. 어민들은 바닷모래 채취를 강행하면 어선으로 물리적인 충돌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4대강 모래 쓰자” 어민 주장 묵살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체 모래 채취량에서 바닷모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세다. 채취량이 급증할수록 인근 어획량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5차 골재수급기본계획을 재구성한 자료.(출처=한국해양수산개발원)
지난해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92만3447t에 그쳐 1972년 이후 44년 만에 100만t 이하로 떨어졌다. (단위=t, 출처=해양수산부)
사태가 이렇게까지 비화된 데에는 최근 어족 자원이 급감한 게 영향이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어업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연·근해 어업량은 지난해 91만6000t으로 1972년(95만6000t) 이후 44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멸치(-33.4%), 꽃게(-23.7%), 살오징어(-21.8%) 생산량이 전년보다 급감했다. 수협 관계자는 “바닷모래를 과다하게 실어 날라 해경에 수차례 적발될 정도로 멸치 등 산란장소가 수년간 파헤쳐졌다”며 “44년 만에 최악으로 어획량이 떨어진 건 중국의 불법조업, 기후변화 원인 이외에도 바닷모래 채취가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말했다.

어획량이 줄어 격앙된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통보가 화를 키웠다. 해수부는 어민들과 합의 없이 모래채취 허용방침을 발표했다. “여주 등에서 4대강 모래를 갖다 쓰자”는 어민들 제안은 묵살됐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토부는 “여주에서 부산·경남까지 오려면 운송비가 많이 든다, 단가가 낮은 바닷모래를 쓰는 게 낫다”는 건설업계 입장을 강조했다. 해수부는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어족자원 피해조사 결과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피해자가 피해 입증을 해야 하는데 힘 없는 부처인 해수부가 국토부에 밀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논란만 커지는 양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영춘 위원장(부산진구갑·더불어민주당)과 최인호·김해영·박재호·전재수 더민주 의원은 “바닷모래 채취를 즉각 중단하고 어업인, 수산업계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성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정책연구실장은 “당장의 경제적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지속된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환경 피해와 비용 발생이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연장 기간도 내년 2월까지여서 이대로 가면 차기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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