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선 ‘나인원한남’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아파트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리더인 지드래곤을 비롯해 배우 주지훈, 가수 장윤정 가족 등이 거주하고 있어 더 유명세를 탔다.
그렇지만 이 아파트 소유주는 대신증권이다. 이 회사가 계열 부동산 투자회사인 대신에프엔아이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대신에프엔아이가 만든 법적으로 따지면 지드래곤과 주지훈, 장윤정은 임차인 신분인 셈이다.
그런데도 ‘지드래곤 아파트’로 불리는 이유는 뭘까. 바로 4년 뒤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약속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4년 임대주택으로, 임차인이 4년 거주한 뒤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받는다. 이미 임차인들은 입주에 앞서 4년 뒤 정해놓은 가격으로 분양받기로 대신증권과 약속한 상태다. 지드래곤은 법적으로 임차인이지만 사실상 집주인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누가 내야 할까. 실질적 소유자인 지드래곤이 내는 것일까, 법적 소유자인 대신증권이 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신증권이 내야 한다. 지드래곤은 아직 임차인 신분이고 소유자는 대신증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당초 예상보다 보유세 부담액이 너무 커 대신증권은 울상이다.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부터 대폭 올리고 있는 가운데 고가주택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을 더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나인원한남’의 보유세 부담이 상당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4년간 수십억의 세금을 아끼게 된 실질적 소유자인 임차인들은 쾌재를 부르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올해 450억원에 불과했던 보유세는 내년에 1.5배 이상 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장보원 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내년 대신증권이 ‘나인원한남’과 관련해 내야 할 보유세는 최소 770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보유세율 인상 때문이다.
앞서 이달 초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의 종부세율을 과표 구분없이 최고 6%로 적용했다. 기존 6억원이던 공제액도 없앴고, 주택 수별로 150~300%였던 세부담선도 없앴다. 물론 내년 공시가격이 오르면 770억원보다 보유세 부담액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세입자이면서 실질적 소유주인 지드래곤은 소유가 아닌 임차 상태여서 4년간 증가하는 세부담에서 자유롭다. 지드래곤이 웃고 대신증권이 울게 된 배경이다. ‘나인원한남’에 거주하는 A씨도 “당초에 임차인 신분인 입주자들이 낼 세금이 아니다”며 “이는 입주시 계약 사항”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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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정부 탓만 할 수도 없다. 지금의 보유세 폭탄 상황을 자초한 건 분양가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4년 임대 후 분양’이란 우회로를 택한 대신증권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웃픈’ 속사정은 바로 여기에 있다.
2018년 대신증권은 ‘나인원한남’을 일반분양(선분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대신증권의 분양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측이 보증요구한 분양가는 3.3㎡당 6360만원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게 허그 측의 거절사유다.
결국 대신증권은 ‘4년 임대 후 분양’을 선택, HUG의 보증 없이 분양을 진행했다. 같은 해 7월 대신증권은 분양가 3.3㎡ 6100만원으로 임대 후 분양 조건의 임대 청약을 진행했다. 당시 초고가 분양가 논란이 있긴 했지만, 분양을 받게 되는 4년 뒤 시세를 고려하면 임차인들은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임대 청약 경쟁률 5대 1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신증권은 고가로 분양을 하기 위해 4년 후 임대라는 카드를 내건 것으로, 당시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예상보다 보유세 부담이 너무 커져 타격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