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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체인지업!)②`초고층` 수직도시의 明暗

윤도진 기자I 2009.05.12 13:48:04

민선4기 서울 초고층 빌딩 추진 7곳
용산·상암 프로젝트..서울시가 주도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2017년 5월 어느 주말. 호주 이민 1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A씨는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멀리 보이는 서울의 변화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직 서울까지는 한참 남았는데도 먼 산 뒤로 솟아 있는 2~3개의 첨탑이 눈에 들어온 것. 뾰족한 탑은 한강변으로 들어서자 그 모습이 드러났다.

가장 먼저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상암지구에 높이 솟아있는 600m의 건물. 뒤로 보이는 북한산이 야트막하게 보일 정도다. 올림픽대로를 따라 펼쳐지는 모습도 장관이다. 여의도 맞은 편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드림타워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솟아있다. 뒤로 보이는 상암동 타워보다도 높은, 서울 최고 높이 빌딩이라는 게 택시기사의 귀띔이다.

▲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높이 640m
한강변을 따라 동쪽에도 3개의 초고층 타워가 우뚝 솟아있다. 가이드를 자청한 택시기사는 뚝섬 잠실 삼성동에도 100층이 넘는 빌딩이 세워졌다고 말한다.

입이 떡 벌어져있는 A씨에게 택시기사는 한 마디 덧붙였다. "옛날 생각하면 참 대단한 일이죠. 초고층 빌딩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꽤 많답니다. 하지만 저 빌딩들 안에 빈 사무실이 태반이라니. 그냥 관광용으로 지어놓은 건 아닐텐데 말이죠."


◇ 서울시 `수직도시` 초고층 사업 주도

서울이 `수직형 압축도시`로 바뀌고 있다. 도시 경쟁력 강화의 방점이 `디자인·문화`에서 초고층으로 옮겨간 느낌이다.

민간사업자들의 초고층 빌딩 사업추진은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두드러지게 가시화되고 있다.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서울시는 대체로 이에 긍정적인데다 적극적으로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세워지는 `드림 타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용산 랜드마크 타워는 설계 공모시 서울시가 높이 제한을 두지 않음에 따라 애초 계획보다 45m 높인 665m로 높이를 정했다.

▲ 용산 드림타워. 높이 665m
이 사업은 애초 코레일의 용산 철도기지창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지난 2007년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서부이촌동 일대를 포함해 통합개발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이곳을 한강 르네상스와 연계해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서울시가 조성한 상암DMC(디지털 미디어 시티)에서도 이에 버금가는 초고층 빌딩이 건립된다. 지난 3월 높이 640m로 국내 최고, 현존 건축물 중 세계 2위 높이로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용산에서 높이를 올림에 따라 현재 계획상으론 국내 2위로 밀렸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사업자를 직접 선정해 추진하는 사업. 국내 1위 높이를 다투는 용산과 상암동 초고층 빌딩 사업 모두 서울시가 열쇠를 쥐고 있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 민간도 초고층 사업 대거 참여 

서울시는 민간 사업자들의 초고층 빌딩 건립 사업에도 문호를 열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각 구청을 통해 대형 부지 개발사업 제안을 접수해 현재 성동구 뚝섬, 강남구 삼성동 등 2건의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대한 사업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1만㎡이상 대형부지에 대해 용지변경을 해주고 층고를 높여주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에 대해서는 일정비율로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 서울시가 작년 말 특혜시비를 없애면서 개발압력을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 뚝섬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550m


우선 현대차그룹은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부지에 110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 달라고 제안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글로벌비즈니스 센터를 만들어 서울의 랜드마크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전력은 강남구 삼성동 본사부지에 `그린 게이트웨이`(가칭)라는 114층 랜드마크 빌딩을 짓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롯데그룹의 잠실 제2롯데월드(112층) 계획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긍정적이다. 서울시는 "국방부와 협의해 서울공항의 비행안전 확보 및 작전운영 여건 보장을 위한 장비 및 시설보완에 대한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이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며 "내년 2월께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지만 잠실 종합운동장 부지에서도 100층 이상 초고층 추진계획이 나왔다. 중구가 추진하는 세운상가 재정비촉진지구내에 960m(220층) 초고층빌딩 계획도 내년으로 예정된 서울시의 도심부 기본계획 변경에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 `대동소이` 랜드마크..도시경쟁력은 의문
 
▲ 잠실 제2롯데월드. 555m
이처럼 서울시내 100층을 넘는 초고층 빌딩 건립 프로젝트는 7개나 된다. 이 중 용산 상암 잠실 등 3개는 곧 착공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진애 서울포럼 대표(도시건축전문가)는 "초고층 빌딩 사업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추진할 일은 아니다"라며 "사업자들의 제안을 교통정리하지 못한다면 관으로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이들 빌딩이 모두 서울의 `랜드마크`를 지향하고 있고 활용 방법도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최상층부에는 서울을 내려다보는 관람대를 설치하고 그 아래로는 최고급 호텔 등 숙박시설을 만든다는 것. 또 최상급의 업무시설을 지어 금융·IT와 관련한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등의 내용은 각각 프로젝트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경제위기와 맞물려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가 생산 및 고용 파급효과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과 관광자원으로의 활용도 등이 크게 부각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완공된 뒤 얼마만큼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의문이다. 오히려 공급과잉으로 도시를 황폐화 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 초고층 빌딩이 있느냐"며 "초고층 빌딩과 도시경쟁력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초고층빌딩은 그 위치에 따라 도시 경쟁력에 플러스가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며 "산이 많은 서울의 특성상 초고층 빌딩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위치 선정과 사업 추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애 대표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타워, 타이페이 101층 타워 모두 관에서 추진한 사업이지만 관광자원이라서 것 외에 효과를 본 것이 있느냐"며 "서울이 합리적이고 건강한 도시생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되는 사업 중 대부분이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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