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퇴근 후 소셜미디어나 문자 등으로 업무 지시를 못하도록 하고, 주말과 공휴일이 겹칠 경우 대체 휴일을 지정하는 등 연간 노동시간을 15% 줄여 국민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당시 “노동시간 단축은 일하는 사람에게는 저녁과 휴일, 그리고 휴가를 보장하고 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정책”이라며 “주 68시간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주 52시간 법정노동시간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적게 쉬고, 일은 많이 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들은 퇴근 시간 이후는 물론 주말에도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활용해 매주 11시간 가량 추가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에서도 한국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2246시간) 다음으로 많았다. 김유선 연구원은 “기업은 새로운 인력 고용보다 기존 직원들이 몇 시간 더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과도한 근로시간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이어졌다. 한국의 출산율은 1.25명으로 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일과 삶이 균형을 이뤄야 낮은 출산율, 내수부진,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 회의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올해 초에도 주당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노동법 개정이 시도됐으나, 국회의원들이 주말 업무 처리 시간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법안 개정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또 문 대통령이 정책 추진을 서두르면 오히려 고용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호균 경영자총협회 홍보부장은 “노동시간 단축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기업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기업은 여유가 필요하다.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충분한 일을 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