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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전 부치다 지갑 텅 비겠네”…마트 갔다가 '깜짝'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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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기자I 2026.09.17 05: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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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가 바꾼 추석 新풍속도
명절 앞둔 마트·시장 가보니
“할인해도 비싸” 과일 들었다 놨다
한판 5960원 특가란 뜨자 우르르
전 주재료 고기·계란·생선 다 올라

[이데일리 김지우·김미경 기자] “어, 왜 이렇게 싸? 이거 한 판 사자.”

지난 11일 오후 7시, 서울 이마트 목동점 달걀 매대 앞. 농림축산식품부의 할인 지원(농할)을 받은 ‘알찬란’ 대란 30구짜리가 5960원에 등장하자 소비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최근 한 달간 대란 평균가격이 7100~7300원대(평년 6573원)를 웃돌았던 터라 체감하는 반가움은 컸다. 5980원 가격표가 붙어 있던 ‘이맛란’ 특란 30구는 이미 품절 상태였다.

반면 나란히 진열된 동물복지 유정란(30구)은 농할지원이 적용됐음에도 9984원에 달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매대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지난 11일 서울 이마트 목동점 내 달걀 매대. 농식품부 할인 지원 달걀 상품이 596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지난 11일 서울 이마트 목동점 내 달걀 매대. 농식품부 할인 지원 달걀 상품이 596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채소 매대에도 농할 마크가 붙었다. 흙당근 1㎏ 2912원, 흙대파 한 봉 2460원. 당근을 고르던 50대 권모 씨는 “지난주보다 확실히 저렴해졌다”고 말했다. 신세계포인트 적립으로 1만 2980원이 된 이지플 사과와 농할이 적용된 8988원짜리 햇사과 앞에서도 발길이 멈춰 섰다.

하지만 할인이 곧바로 지갑 열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매대 앞에서 30초 넘게 제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던 주부의 모습은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현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김혜선씨(40대)는 “신선식품은 전주보다 10% 정도 저렴해진 것 같지만, 이미 작년보다 물가가 워낙 오른 상태라 장바구니에 담을 때 한 번 더 따져보게 된다”고 했다.

칠순을 넘긴 어느 부부의 토로는 더 묵직했다. “둘이 먹을 걸 사도 최소 10만원이에요. 한 번 오르면 잘 안 내려오네요.”

추석 차례상 비용과 주요 품목 등락률. (그래픽=이미나 기자)
추석 차례상 비용과 주요 품목 등락률. (그래픽=이미나 기자)
전통시장 체감 온도… “재료비 올라 양 줄였다”

같은 날 찾은 노원구 공릉동 도깨비시장. 마트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계란 한 판 1만원, 통배추 한 통 1만 1000원, 대파·양파 각 3000원, 사과 5개 1만원. 품목 조건은 다르지만 마트 할인 상품보다 체감 가격은 더 높았다.

상인들마다 체감하는 물가도 달랐다. 한 채소가게 상인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손사래를 쳤고, 과일가게 상인은 “명절에는 찾는 수요가 많으니 비싸지고 다시 내리는 게 과일값”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도깨비 시장 내 과일 가게에 진열된 사과들. (사진=김미경 기자)
지난 11일 도깨비 시장 내 과일 가게에 진열된 사과들. (사진=김미경 기자)
하지만 명절 대목을 맞은 전집 앞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한 전집 상인은 “재료비가 올랐는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 수 있어 가격을 올리기보다 양을 줄여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은 재료비는 명절 풍속도마저 바꾸고 있다. 추석 성수품 장보기에 앞서 시장을 둘러보던 워킹맘 장진희(43) 씨는 “채소부터 생선, 달걀까지 재료비가 더 들 판인데 노동 시간까지 더하느니 사 먹는 게 낫겠다”며 “올해는 시장에서 파는 전으로 차례상을 대체하겠다”고 귀띔했다.

“여보, 전 부치지 말고 사자”

실제 명절 필수품인 동그랑땡을 두고 주부들의 계산기도 바쁘게 움직인다. 이마트에서 돼지고기 다짐육(600g), 두부(500g), 양파·대파·당근, 계란 한 판을 사면 순수 재료비만 2만 3472원. 전통시장에서도 밀가루나 식용유를 제외하고 최소 2만 8460~2만 9960원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1~2인 가구나 소규모 가정에서는 완제품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도깨비시장에서는 큼직한 동그랑땡 10개들이 한 팩이 5000원, 모둠전이 1만원에 팔린다. 대형마트에서도 냉동 완제품(비비고·풀무원·동원 등)이 5000원대에서 1만원대 중반의 1+1 행사까지 다양한 선택지로 소비자를 맞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량으로 전을 부친다면 직접 만드는 게 유리하지만, 1~2인 가구가 재료를 새로 장만해야 한다면 냉동 완제품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할인 지원이 쏟아졌지만, 여전한 물가부담 탓에 이번 추석 장바구니는 소비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치열하게 따지는 현장이 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마트에 진열된 냉동 완제품 동그랑땡(왼쪽)과 시장 전집에 판매 중인 전. (사진=김지우 기자·김미경 기자)
마트에 진열된 냉동 완제품 동그랑땡(왼쪽)과 시장 전집에 판매 중인 전. (사진=김지우 기자·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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