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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안 지내요"…추석 대목에도 손님 끊긴 제기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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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기자I 2026.09.24 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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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제기 전문점 20곳→2곳
국민 70% "이번 추석 제사 없어"
제사 대물림 끊으려는 움직임도 多

지난 1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그릇상가 내 제기 업체에 나무 제기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지난 1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그릇상가 내 제기 업체에 나무 제기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김태섭 수습기자]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제기(제사 그릇) 판매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추석에도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늘면서 제기 업계도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그릇상가에는 수십 명의 손님이 유리 그릇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나무 제기나 소반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한 손님이 다가오자 가게 주인은 반갑게 일어났지만, 손님이 플라스틱 도시락통 판매점 위치를 묻자 주인은 위치를 안내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과거 남대문시장 그릇상가는 제기를 사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당시 20여 곳의 매장 성행했지만, 현재 남은 곳은 2곳뿐이다. 46년째 남대문시장에서 제기를 판매하고 있는 박동관(68) 씨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30%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원래 추석 전주가 피크 기간인데 아예 개시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제대 후부터 계속 여기에서 장사를 했다”며 “나도 가게를 접는 게 맞는데, 나이를 먹었다 보니까 이걸 놓아버리면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판매업자나 생산 공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11년째 나무 제기를 판매하고 있는 정일남 남원목기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남원에 제기 공장이 100곳가량 있었는데, 지금은 30곳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제기 사업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유언을 남기는 노년층도 늘면서 제기 업체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 대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제기를 미리 구매했다가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유언을 듣고 반품하는 사례도 많다”며 “제기를 구매하면서도 본인 세대까지만 쓰고 물려주지는 않으려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석에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움직임은 줄어들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나 제사를 지낼 계획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0%에 불과했다. 지난해 추석(35%)보다 5%포인트(p), 2022년 추석(44%)보다 14%p 감소한 수치다.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늘어나며 추석을 앞두고 제기를 오히려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2주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등록된 제기 용품 판매 게시글 수는 지난해 추석보다 55.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명절마다 제사를 지내던 김모(51·여) 씨는 “코로나19와 부모님의 건강 악화가 겹쳐 5년 전부터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며 “제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명분이 없었던 이들에게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학경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 사업단장은 “제례 문화가 축소되다 보니 관련 산업은 더욱 심각하게 축소되고 있다”며 “조상과 근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식이 형식적 번거로움이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을 이유로 갈수록 쇠퇴하는 현실이 도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문화는 K컬쳐의 바탕인 만큼 국가적·사회적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며 “형식을 조금 간소화하더라도 제례가 지닌 근본적인 의미를 되살려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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