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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감정의 도시 ‘부산’
금요일 아침의 서울역. 번잡한 역 안에서도 유독 조용한 플랫폼이 있다. KTX 청룡 특실칸. 이 여행의 출발점은 여느 관광 패키지와 다르다. 북적임이 없다. 낯선 사람과의 부대낌도 없다. 좌석 사이에는 여유가 있고 창밖 풍경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속도로 흘러간다.
부산역에 내리자 준비된 고급 승합 차량에 오른다. 도심을 빠져나가 기장 포구 앞바다에 자리한 ‘칠암만장’에서 장어덮밥으로 배를 채우고, 아홉산 숲으로 향한다. 이 숲은 대나무와 편백 나무, 금강 소나무가 피톤치드를 내뿜는 곳이다. 영화 ‘군도’, 드라마 ‘더킹’의 배경이 된 곳.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은 카메라보다 온몸의 감각이 먼저 반응한다. 흙을 밟는 발바닥의 촉감, 산새의 울음, 바람의 속삭임이 무뎌졌던 몸을 깨운다. ‘숲 치유’란 단어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도시의 속도에 찌든 복잡했던 머리도 이 숲에 들어서는 순간 그냥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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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산 숲에서 나와 도착한 곳은 남구 분포로 해성아트베이 미술관.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익숙한 이름의 작품들이 공간을 채웠다. 이곳에서의 메인은 단순한 미술품 전시가 아닌 갤러리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성악 공연. 소프라노와 테너의 목소리가 벽을 타고 퍼지자 마음 속 작은 갈등과 동요도 어느새 고요 속에 잠긴다. 이어지는 전통차 티타임. ‘향인정’에서 마시는 따뜻한 한 잔은 마음까지 데운다. 설명이 없어도 이해되는 시간. 진짜 ‘예술 체험’이다.
저녁 식사는 미슐랭 스타일의 한우 전문점. 이곳에선 식사도 단순하지가 않다. 하루를 정리하는 일종의 ‘의례’처럼 느껴진다. 절제된 간, 섬세한 화력, 정성껏 손질된 식재료. 모든 것이 과하지 않지만, 부족함도 없다.
밤이 되자 요트에 오른다. 센텀시티에서 단독 대여한 프라이빗 요트. 바다 위에서 올려다보는 광안대교. 불빛은 말없이 춤추고 바다의 침묵은 오히려 음악처럼 들린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독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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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호텔에서 맞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밤
하룻밤을 보내는 곳은 해운대 시그니엘 부산이다. 프리미어 오션뷰 객실. 침대에 누우면 파도가 창문을 두드린다. 도시에서 잠들던 시간과는 결이 다르다. 호텔의 조식도 일품이다. 음식보다 배치와 동선이 감각적이다. 이곳에선 평범했던 아침마저 색다른 경험이 된다.
둘째 날 일정은 스파로 시작된다. 파라다이스호텔 내 ‘순다리 리트릿 스파’. 흔한 마사지 공간이 아니다. 스톤테라피가 몸을 넘어 마음을 어루만진다. 아로마 향이 실내를 감싸고, 마사지사의 손길은 마치 오래된 친구의 위로 같다. 고객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존중이 느껴지는 곳. 누군가 말한다. “어제의 피로는 물론, 내일의 피로까지 사라졌다”고.
다음 일정은 양조장 ‘기다림’. 부산의 전통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브랜드 이름은 ‘매료’. 막걸리를 직접 캔에 담고, 라벨을 붙이는 체험이 이어진다. 맛을 보기 전부터 벌써 정이 간다. 인공감미료 없이 빚어낸 술. 혀끝보다 마음에 남는 여운이 길다. 이곳에서 전통은 고리타분한 옛날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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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이 진짜 ‘명작’인 이유는 소수정예의 구조 덕분이다. 4명에서 8명. 소규모로 제한된 일정. 이동수단, 숙소, 식사, 체험.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특히 40~60대 여성 여행자, 혹은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 이상적이다. 걷는 양은 많지 않고, 감정의 밀도는 높다. 치유와 위로, 취향과 쉼표. 그것이 중심이 되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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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여행, 이제는 대세가 되다
명작은 시간을 들여 만든 것이 아니다. 감정을 들여 완성된 것이다. 부산이라는 익숙한 도시에서 나를 위한 가장 사적인 하루가 펼쳐진다. 이 여행은 목적지가 없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사진보다 오래 남는 건 감정이다. 진짜 여행은 그런 것이다.
최근 여행시장은 대규모 단체관광에서 점차 ‘프라이빗 소규모 패키지’로 옮겨가고 있다. 팬데믹 이후 타인과의 거리, 위생,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인원이 적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적은 인원일수록 구성의 정교함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 상품은 그 조건을 모두 갖췄다. 일정은 꽉 짜여 있지만 유연하다. 걷는 시간이 많지 않고 동선은 간결하다. 개인 컨디션에 따라 프로그램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안내자는 있지만 가이드는 아니다. 안내는 배려이고, 설명은 선택이다. 이것이 요즘 여행자들이 원하는 ‘느슨한 구조’다.
▶취재협조=코레일관광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