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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지원한 A씨는 항우연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모두 합격한뒤 지질자원연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항우연에서는 작년과 올해를 포함해 직원 5명 정도가 연구소를 떠났다.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로켓 누리호가 지난 21일 성공적으로 발사됐지만 성공의 주역인 항우연 직원들은 기형적인 임금 구조와 낮은 처우탓에 이탈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주요 행선지다. 출연연 연구자들이 대학 교수가 되거나 직접 창업을 하는 사례는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이 항우연을 떠나 바로 옆 연구소로 옮긴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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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항우연 등을 통해 받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25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 중 항우연은 세 번째로 많은 예산을 쓰는 기관이나 신입사원 초봉은 3825만원 수준으로 NST 산하 25개 출연연 중 21~22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연구원(5300만원)과 비교하면 액수가 15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항우연보다 초봉이 낮은 곳은 부설 연구소 형태로 있는 안전성평가연구소, 세계김치연구소와 2020년말에 승격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밖에 없다. 25개 출연연 평균 신입 초임(426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구수당, 공공기관 임금 획일적 적용 문제
다만, 정규직 기준 1인당 평균보수액은 항우연이 9595만원으로 25개 출연연 평균(9178만원)에 비해 높다. 하지만, 이는 2000년대 초반 나쁘지 않았던 연구수당 체계와 호봉 직급제를 받았던 50대 연구원들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초반 연구원들은 대형국책사업을 하면서 지금 구조보다 많은 연구수당을 받고, 호봉을 특별히 올려받는 사례가 있었다.
반면 현재 30~40대 직원들은 이러한 혜택이 없다. 연구수당도 최대 20%로 제한돼 있다. 복지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다. 초임에 포함된 급여성복리후생비 정도가 전부다.
항우연의 한 직원은 “윗세대처럼 호봉을 높여 받을 수도 없고, 초봉도 낮아 젊은 세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IT 분야 기업들이 억대 연봉을 제시하는 반면 항우연 처우는 출연연중 하위권”이라고 토로했다.
연구중심과제제도(PBS),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획일화된 적용에 따른 총액 인건비 제한, 대형연구사업의 특성도 처우가 나빠진 원인이다.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나로호의 경우 두 차례 실패하면서 사업 참여자에 대한 연구수당이 성공한 뒤인 3차 사업 이후에야 지급되기도 했다.
항우연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전남 고흥, 경남 사천 등 전국 각지로 출장을 가야 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기름값이 오르면서 출장을 갈수록 손해를 봐야하고, 출장에 따른 피로감도 가중되고 있다. 고흥이나 사천에 상주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자녀 교육 문제, 임금 문제 등으로 이탈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우주시대에 처우 개선 시급
윤석열 대통령은 누리호 성공뒤 항공우주청 설립과 우주산업 진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주진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대형사업을 수행하는 항우연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가 많았지만, 연구중심과제제도(PBS),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의 획일화된 적용을 받으면서 처우가 낮아져 안타깝다”며 “공운법을 개정하거나 우수연구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 자긍심을 고취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항우연 노조는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신명호 항우연 노조 위원장은 “미래를 이끌 젊은 직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느낀다”며 “최소한 다른 연구원 기준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외수당과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현재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