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제 고3이야”…아들이 보낸 ‘무안공항 손편지’에 울컥

강소영 기자I 2025.01.02 10:03:59

제주항공 참사 유족과 추모객이 남긴 편지
엄마 향한 그리움 눌러쓴 아들의 메모 ‘울컥’
“철 든 모습 못 보여주게 됐네”…안타까움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를 맞은 1일 무안국제공항에 추모객들의 메시지와 직접 남긴 편지들이 늘어난 가운데 아들로 보이는 유족이 남긴 메시지에 추모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항공 참사 후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한 가운데 아들로 보이는 유족이 고인이 된 엄마를 향해 손편지를 남기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진=연합뉴스)
무안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 빼곡하게 붙은 메모지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등 추모객들이 남기고 간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또 다른 메모에는 “어머니, 새해가 밝았네요. 천국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라며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이도 있었다.

그 중 아들로 보이는 유족은 메모지 한 장을 집어 들고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 계속 나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라며 그리운 마음을 눌러쓴 뒤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추모객들은 해당 메모를 보곤 한참을 걸음을 멈추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인천에서 무안공항까지 달려왔다는 60대 추모객은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만나기를 바랍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고, 이 추모객은 “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둘러보는데 계단에 붙은 편지들이 눈에 띄어 하나하나 읽어보다 나도 메시지를 남기게 됐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희생되었다는 소식에 너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추모의 계단’을 만든 이는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다. 그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겨달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줬다.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접한 이 대표는 슬픔과 절규로 뒤덮인 무안공항에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이날 포스트잇과 펜을 챙겨 버스를 타고 무안공항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는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고 큰 슬픔을 겪었다. 이후 손편지운동본부를 세우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때마다 현장을 찾아가 추모객들의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해왔다.

이 대표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딛고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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