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1일 일본 나고야시 아이치현 미술관에서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전시가 개막 사흘 만에 중단됐다.
3일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를 이날까지만 전시하고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오오무라 지사가 이번 기획전과 관련해 테러 예고를 비롯한 협박 전화와 메일이 빗발치는 등 안전의 우려가 있어 전시를 계속 진행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시 중단 이후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큐레이터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서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큐레이터들은 3일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외압으로 눈앞에서 사라진 표현을 모아 현대 일본의 ‘표현의 부자유’ 상황을 생각하자는 기획을 전시 주최자가 스스로 탄압하는 것은 역사적 폭거”라면서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중단 결정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일본 현지 네티즌들은 “테러 예고가 있었다면 나쁜 것은 테러를 일으키려는 사람이다” “작품의 좋고 나쁨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라며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년마다 열리는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오는 10월 1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시에는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작품인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평화의 소녀상’은 검열 등으로 표현의 기회를 빼앗긴 작품을 엮은 기획전 형식의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의 일부로 선보였다.
전시 개막 이후 해당 작품에 대한 항의 의견이 전시 주최 측에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이번 전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한 현지 취재진 질문에 “일본 정부가 주최한 전시는 아니지만 문화청의 보조금 교수 사업으로 채택돼 있다”며 “보고금 교부 결정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밀히 조사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도 전날 전시장을 둘러본 뒤 “국가 등 공적 자금을 사용한 곳에서 ‘소녀상을’ 전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시 중시를 오오무라 지사에게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20㎝ 크기의 모형으로 전시된 적 있다. 그러나 ‘정치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나흘 만에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