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편적 관세 가시화…국가비상사태 선언하나

김상윤 기자I 2025.01.09 08:14:50

CNN "트럼프 IEEPA 활용해 보편관세 부과 검토"
엄격한 요건 없이 대통령에 권한 부여..트럼프 선호
비상사태 근거 관건…불분명시 의회서 해제 가능
닉슨 대통령, TWEA 통해 관세 부과한 사례 있어
트럼프, 1기때 멕시코에 사용하려다 협상으로 없던일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12일 앞둔 가운데 전 세계를 들썩일 관세 부과 방식에 대한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미 CNN방송은 무역파트너국에 10~20%의 ‘보편 관세’ 부과를 위한 방식으로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4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은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보편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IEEPA는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된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경제적 수단을 통해 외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이다. 대통령은 외국 자산의 동결, 거래 제한, 수출입 금지 등 경제적 제재 조치를 취하거나 특정 국가, 단체, 또는 개인을 대상으로 금융 및 상업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CNN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IEEPA가 안보상의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한 엄격한 요건 없이도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소식통은 국가 경제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IEEPA 권한을 행사하려면 먼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외국정부나 단체, 개인이 미국의 안보, 외교정책,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 도입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더라도, 무엇을 근거로 비상사태의 근거로 삼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국가시방사태 요건이 충분치 않는다면 의회는 해제 결의안을 통해 이를 중단시킬 수 있다.

IEEPA는 아니지만 미국이 전신인 대적통상법(TWEA)를 통해 관세를 부과한 사례는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1년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모든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닉슨은 이 조치를 통해 일본과 서독에 통화 평가절상을 강요하려는 협상 전략으로 활용했고, 그해 12월 스미소니언 협정이 체결되자 관세 부과 계획은 철회됐다. 당시 일부 수입업자는 불법이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닉슨의 조치가 국가비상사태와 합리적 관련성이 있다고 이를 지지했다. 이후 1977년 TWEA를 대체한 IEEPA가 제정됐다.

과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979년 이란 인질 사태 때 IEEPA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 미국은 미국 내 이란 자산 약 120억달러를 동결하고 이란과 모든 금융 및 무역거래를 제한한 바 있다. 이후 조지 W.부시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 사태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IEEPA를 사용해 알카에다와 관련된 단체 및 개인들의 금융자산을 동결하고, 이란, 북한, 시히라 등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광범위한 제재 조치를 시행했다. 다만 두 조치 모두 관세를 위해 IEEPA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당시인 2019년 멕시코가 이민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관세 부과를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는 5% 관세를 시작으로, 멕시코가 불법 이민을 차단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매달 관세율을 5%포인트씩 인상해, 최종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을 짰다. 다만 멕시코가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관세부과는 없던 일로 됐다. 이민 문제가 경제적 위협과 IEEPA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지만, 없던 일이 되면서 IEEPA를 통한 관세부과 합법여부는 판가름 나지 못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