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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발급속도 지연 상당할 듯
27일(현지시간) 폴리티코가 입수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전 세계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외교전문을 통해 “소셜미디어(SNS) 심사 및 심사확대에 대비해 각 영사과는 추가 지침이 나올 때까지 학생 및 교환방문자 비자 인터뷰 예약 용량을 더이상 확대하지 말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 예약된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일시 중단되는 비자 종류로는 F·M·J 비자가 명시됐다. F 비자는 미국 대학에 유학하거나 어학연수를 받으려는 학생이 받아야 하는 비자이고, M 비자는 직업훈련을 받으려는 사람이 취득하는 것이다. 교육·예술·과학 분야 교류를 위한 J 비자는 교환 연구자·학생 등을 위한 비자이다.
이번 인터뷰 취소로 많은 해외 유학생들의 학업일정이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유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봄에 미국 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고 가을 새 학기 시작 전 비자를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는 “비자 인터뷰 취소는 각국 영사관들이 그때까지 많은 학생들의 일정을 잡을 시간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학생들은 미국 유학 시작 시기를 연기하거나 대안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수일 내에 발표된다는 새로운 지침이 비자 발급 속도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문은 “영사과의 운영, 절차, 자원 배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인터뷰를 일정에 반영하기 전에 각 영사과는 개별 사례마다 소요되는 업무량과 자원 필요 사항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일부 유학생들에게 제한적으로 SNS 심사를 적용한 바 있으나, 이는 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유학생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새롭게 검토 중인 SNS 심사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번 전문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테러리스트 유입 방지 및 반유대주의 대응에 초점을 맞춘 행정명령들과 연관돼 있음이 간접적으로 언급돼 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3월 터프츠대 박사 과정 유학생 뤼메이사 외즈튀르크가 팔레스타인 지지 성명을 낸 뒤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사건과 맞물려, “폭력 시위, 점거, 파괴 행위에 연루될 의도가 있다면 비자를 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비자를 신청한 사람이 단순히 유학 목적이 아니라, 미국 대학에서 소요를 일으키고, 건물을 점거하며, 타 학생을 괴롭히는 활동에 가담하기 위해 들어오려 한다면, 비자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리티코는 국무부 내부에서 수개월 전부터 SNS 검사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엑스(X, 옛 트위터)에 팔레스타인 국기사진을 올린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관련 질의에 “모든 주권국가는 입국자에 대해 신원을 파악할 권리가 있다”며 “학생을 포함한 모든 비자 신청자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고등교육 전쟁 확대…韓유학생도 상당영향
이번 조치는 미국 대학 내 반유대주의 논란과 맞물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감시 강화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을 차단하려 했으나, 이는 연방법원에 의해 일시 중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에 대한 약 1억 달러 규모의 연방 계약은 전면 취소 수순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대학(UC) 시스템을 대상으로 대규모 소송 가능성도 시사했다. 법무부 산하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민권변호사 레오 테렐은 이날 인터뷰에서 “UC 시스템을 포함해 추가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법정에서 총력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 비자 발급 절차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학생들과 이들을 유치해 온 미국 내 수많은 교육기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무부에 따르면, 유학생은 전체 고등교육 등록자(약 1900만명)의 5.9%를 차지한다. 2023~2024학년도 기준으로 110만 명 이상의 유학생이 미국에 왔으며, 인도가 최다 파견국이고 그 뒤를 중국, 한국이 잇는다. 국무부 후원으로 발표된 오픈 도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3년 기준 한국 유학생 숫자는 4만 3837명을 기록했다.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뉴욕대(2만 1000명 이상), 노스이스턴대, 컬럼비아대 순이다.
이민 전문 변호사인 데이비드 레오폴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유학생과 미국 대학 모두에 재앙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제적, 문화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학생 상당수는 미국 대학에서 등록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인재 유입에도 기여해왔다. 유학생의 약 25%는 수학 및 컴퓨터과학, 20%는 공학을 전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