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부산의 한 특수강 절단가공 회사에선 지분 구조를 바꾸는 주식 거래가 이뤄졌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 씨의 아들이 이 회사의 다른 주주 두 명으로부터 600주를 사들였다. 2년 뒤인 2017년에는 같은 두 사람에게서 700주를 추가로 매수해 아들은 총 1300주를 확보했다. 얼핏보면 아들이 다른 주주의 지분을 사들이는, 흔하디흔한 가족회사식 지분 정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약 10년 뒤인 2025년, 국세청이 아들의 주식 매매 계약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국세청은 이 거래를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김 씨가 20년간 숨겨왔던 차명주식을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봤다. 2026년, 조세심판원까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아버지 김 씨는 어떻게 차명주식이라는 사실을 들켰을까.
|
이야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1994년 설립될 때부터 발기인으로 참여한 조 씨가 있었다. 조 씨는 이 회사의 지분 25%(2500주)를 갖고 있었던 인물. 조 씨는 대표이사 김 씨의 아내 이 씨에게 돈을 빌렸지만 이를 갚을 능력은 안 됐다.
조 씨는 대표이사 김 씨의 아내 이 씨에게 상당한 돈을 빌린 상태였는데, 갚을 길이 막막해지자 이 씨의 권유로 보유 주식을 전부 처분해 그 돈으로 빚을 갚기로 한다. 이때 조 씨의 주식을 넘겨받은 사람은 이 씨의 소개로 알게 된 박 씨 부부였다. 조 씨와 박 씨 부부는 계약서를 함께 작성한 적도, 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었다.
문제는 이 씨가 조 씨한테 받은 돈은 조 씨가 갚아야 할 돈에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 씨 부부가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배당이 이뤄질 때마다 그 배당금의 상당 부분을 이 씨가 가져가기로 하고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 조건에 따라 박 씨 부부는 2015~2017년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받은 배당금 중 투자원금의 10%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이 씨에게 넘겼다.
이때 묘한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박 씨 부부 아들이 2009년부터 이 회사에 취직해 부모님과 이 씨 사이의 돈 거래를 관리한다. 박 씨 부부가 받은 배당금의 90%는 이 씨뿐만 아니라 이 씨의 남편이자 이 회사 대표이사(최대주주)인 김 씨한테도 지급됐다. 이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박 씨 부부 아들은 부모님의 배당금 계좌에 배당금이 입금될 때마다 배당금의 90%를 현금으로 인출해 김 씨에게 줘왔다. 그런데 딱 한 번, 2013년에는 현금으로 주지 않고 배당금이 입금된 지 열흘 만에 계좌 이체 방식으로 김 씨에게 지급했다. 거래내역을 남긴 순간이었다.
|
2015년과 2017년 박 씨 부부가 김 씨 아들에게 주식을 팔고 받은 매도 대금도 박 씨 부부 아들이 직접 출금해 부모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이 당시 박 씨 부부가 김 씨 아들에게 주식을 판 가격이 국세청의 눈에 박히게 된다.
박 씨 부부는 10년 전, 2006년에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던 금액 그대로, 김 씨 아들에게 팔았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회사의 순자산, 이익잉여금이 두세 배로 불어났는데 주식 가격은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국세청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김 씨 아들의 대답은 이랬다.
“한 주당 가치를 평가할 능력이 없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면서 세법상 시가를 처음 알게 됐다. 박 씨 부부가 아들의 취업이나 고속 승진이 고마워서 10년 전 취득한 주식 가격 그대로 판 게 아니겠느냐.”
박 씨 부부는 정말 아들의 취업이 고마워서 회사 주식을 싸게 팔았던 것일까. 박 씨 부부는 국세청에 “회사 경영이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 아는 바 없고, 이 씨가 오래 전부터 알던 고향 사람이라 회사 주식을 사게 됐다. 주식 거래 당시 가격 협상은 없었고, 서로 얼굴 보고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 점을 수상하게 봤다. 국세청은 “보통 내돈을 내서 주식을 사는 경우 주식 가격의 적정성을 살펴보고 직접 계약서도 쓰는 게 일반적인데 박 씨 부부가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실제 주주로서 지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박 씨 부부는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여섯 차례 배당이 있었음에도 배당금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이를 토대로 국세청은 박 씨 부부가 보유했던 주식의 실제 주인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 씨라고 결론을 내렸다.
왜 아버지는 차명주식이 필요했나
그렇다면 김 씨는 왜 굳이 남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갖고 있어야 했을까. 조 씨의 지분 25%를 김 씨 부부가 직접 받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이 회사는 1994년 설립 당시부터 아버지 김 씨가 30%, 어머니 이 씨가 10%, 자녀 2명이 각각 5%씩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다. 즉, 최대주주 본인 및 친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가 50%로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않았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최대주주 본인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가 50%를 초과하면 과점주주로 분류되고, 과점주주는 회사가 법인세 등을 못 내고 부도나 폐업할 경우 자신의 지분율에 따라 대신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과점주주로 분류되지 않으면 회사가 세금을 못내더라도 주주 개인의 책임은 없게 된다.
만약 조 씨의 지분을 김 씨 부부가 그대로 받았다면 가족 합산 지분이 순식간에 50%를 훌쩍 넘어 이 안전판이 사라진다. 박 씨 부부라는 제3자의 이름을 빌려두면 서류상 지분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배당 수익은 실질적으로 다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김 씨 아들은 억울했다. 박 씨 부부의 주식이 아버지의 차명주식이 맞다고 해도 자신이 실제로 박 씨 부부에게 주식 매수대금을 줬으니, 이것은 실질 주식 소유자인 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이 아니라 ‘저가로 주식을 사들인 이익’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자산을 매입할 경우 그 차액만 증여세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김 씨 아들은 “나는 회사 지분의 2.5%(2024년말)만 갖고 있고 아버지가 여전히 85%를 보유해 최대주주”라며 “나는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조심2026부2066)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박 씨 부부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년 이상 회사의 주주임에도 경영에 참여하거나 배당을 요구하지 않은 데다 이 기간 동안 미처분이익잉여금이 2~3배 증가했음에도 주식 가격을 10년 전과 동일하게 김 씨 아들에게 넘긴 것은 차명거래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씨 아들이 증여가 아니라 저가로 자산을 매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상속증여세법은 실제로 자산을 사고파는 유상 거래가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데 이 거래의 실질인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주식 거래가 있었음을 입증할 수 없는 데다 아들이 박 씨 부부에게 지급했다는 매매 대금 역시 지급되자마자 현금으로 빠져나갔다”며 “이 돈이 실질 소유자인 아버지에게 갔는지 여부 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김 씨 아들은 2015년, 2017년 박 씨 부부에게서 사들인 주식을 포함해 총 4550주를 2024년 6월 아버지 김 씨에게 다시 팔았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주식을 팔 때의 가격은 박 씨 부부에게 산 가격 대비 훨씬 높았다. 결국 아들은 이 거래를 통해 상당한 차익을 봤다. 2024년말 기준, 아버지의 지분율이 85%까지 껑충 뛴 이유이기도 하다.
이 모든 구조를 애초에 설계한 사람, 배당금이 갈 곳을 정하고 박 씨 부부를 소개하고 계좌 개설에까지 관여했던 이 씨는 2022년 세상을 떠났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이 자금 흐름의 실질적인 설계자가 사라지고 나자, 그의 지분도 자연스럽게 남편 김 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아들 지분율이 줄어든 것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지만 오히려 김 씨 아들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간 정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년에 걸친 차명계좌, 배당금이 오고 간 흔적, 이를 위해 개입된 박 씨 부부와 그의 아들. 온갖 흔적들이 해당 주식의 주인은 아버지였다는 것을 방증했다.
※ 이 기사는 조세심판원 결정례를 바탕으로 사건의 흐름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실명과 일부 구체적인 금액은 심판원 결정문에서 공개되지 않아, 확인된 사실관계 범위에서만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다만 인물의 성(姓)과 배우자 간 호칭 등 일부 요소는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설정했으며, 이는 실제 결정문에서 특정되지 않은 부분입니다.
![아버지의 20년 차명주식, 어쩌다 들켰나[세금, 그 후]](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1900199.jpg)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1900201.jpg)

![“‘3개월 내 로또 3등' 믿고 300만원 결제…환불될까”[호갱NO]](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900299t.jpg)
![지지율 오르내릴 때마다 달랐다…李 대통령 7번의 표정[SHOT+]](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1900306t.jpg)
![中 비행기서 또 화재…스마트폰보다 배터리 걱정?[중국나라]](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900254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