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 포기 가격이 9000원을 돌파하면서 김장철 ‘배추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여름 폭염과 폭우로 ‘고랭지 배추’ 작황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관건은 곧 출하를 앞둔 가을배추의 작황이다. 산지가 고랭지 배추보다 넓은 만큼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지면서 공급량이 원활할 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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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0일 기준 배추 상품 한 포기당 소매가격은 8989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6193원) 대비 45.2%, 평년(7217원) 대비 24.6%가 각각 상승한 가격이다. 19일에는 9337원을 기록해 올해 최고가를 썼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지난 8월 7000원을 돌파하더니 불과 한 달 만에 1만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배추 가격이 치솟은 원인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꼽힌다. 한낮 기온이 30℃를 넘는 날씨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하는 ‘호냉성’ 채소로 여름철에는 강원 산간 지방에서 재배하는 고랭지 배추가 주로 공급된다. 하지만 올해 극심한 더위로 산간 지방 기온도 오르면서 고랭지 배추의 작황이 부진했다. 장마 후에는 ‘무름병’ 등 병해충도 기승을 부렸다.
여름 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든 영향도 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여름 배추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5.3%, 평년보다 4.9% 줄었다. 실제로 고랭지 등 여름배추 생산량은 감소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여름 배추 생산량은 33만 9545t으로 전년(36만 5961t)보다 7.2%, 평년 대비 9.1% 감소할 전망이다.
생육 부진에 공급 감소까지 겹쳐 가격이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2022년처럼 배추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도 고랭지 배추 작황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온·오프라인에서는 배추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김치 제조 업체들도 배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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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김장철에도 배추 가격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핵심은 가을배추다. 가을배추는 강원 산간 지방에 한정된 고랭지 배추와 달리 산지가 전국구다. 이 덕분에 출하량이 많다. 일반적으로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출하된다. 가을이 시작되면 배추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이상 기후가 극심해 출하량이 예상치보다 밑돌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가을배추 재배 면적이 감소한 것도 악재로 꼽힌다. 지난해 가을배추 출하 가격이 떨어진 탓에 올해는 다른 작물로 전환하려는 농가들이 늘면서다. 실제로 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재배 의향 면적은 지난해보다 2.1%, 평년보다 4.3% 감소한 1만 2870㏊로 예상됐다.
정부 비축 물량에 기대를 걸기도 힘들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인 봄배추 2만 3000t을 비축해 지난 7월부터 선제 공급을 시작했다. 8월 중순부터는 일 최대 400t까지 늘려 공급 중이다. 문제는 비축 물량이 곧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장철이 다가올수록 배추 수요는 늘어나는데 정부 비축분마저 없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관건은 앞으로의 생육 환경이다. 폭우 등 이상 기후가 앞으로도 지속한다면 오는 가을·겨울 배추 작황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측은 “9~10월 배추 출하분에 가뭄과 고온 현상이 지속해 배추 생육이 지연되고 있다”며 “강릉 왕산면, 태백 매봉산, 평창 대관령 등 지역에선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