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었는데 또”…다시 `소음 지옥` 시달리는 북촌 주민들

김형환 기자I 2024.12.29 12:58:29

‘출입 시간 제한’ 북촌 한옥마을 가보니
“겨우 관광객 소음 벗어났는데…집회 소음이”
아이 키우는 부모는 극단적 구호에 ‘걱정’
‘매출 감소’ 상인들, 뜻밖의 특수에 ‘방긋’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한동안 저녁엔 조용했는데 요새는 계속 시끄럽긴 하네요.”

서울 종로구 북촌 인근에서 거주하는 50대 박모 씨는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최근 북촌 일부 지역에 야간 통행 지역이 생기며 한동안 조용했었는데 헌법재판소 앞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며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해서 소음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28일 종로구가 지정한 북촌의 ‘특별관리지역’에 출입 제한 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 찬반 심판이 이뤄지는 헌법재판소 인근은 외국인 관광객부터 연인·가족, 시위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까지 다양했다. 북촌로 양쪽에는 시위 통제를 위해 출동한 기동대 버스들이 줄을 지은 채 주차돼 있었고 헌법재판소 인근에는 시민단체들의 윤 대통령 탄핵 찬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보수 단체 회원들의 화환이 둘러싸고 있었다.

2024년 마지막 주말이었던 이날 역시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었고 탄핵 찬반 집회에 각각 경찰 비공식 추산 3만 5000명(주최측 300만)의 인파가 몰렸다. 이 과정에서 각종 노래와 구호가 흘러나왔다. 북촌 일부 지역은 노래 소리와 구호가 소음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북촌 한옥마을 등 일부 지역은 지난달 1일부터 종로구의 ‘특별관리지역’ 지정에 따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다. 실제로 특별관리지역의 경우 ‘관광객 방문 제한구역’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오후 5시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 들어갈 수 없고 진입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써 있었다. 특별관리지역에서 소음 관리를 하던 A씨는 “특별관리지역 지정 후 소음에 지쳤던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최근 다시 (시위로) 시끄러우니 피곤한 표정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한동안 조용한 평화에 반색하던 주민들은 다시 찾아온 소음에 불만을 터트렸다. 10년 넘게 북촌에 살았다는 김모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시끄러웠는데 지금이 조금 더 시끄러운 것 같다”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동네에 나와보면 유튜버들이 삼각대 들고 서 있고 여기저기 담배꽁초랑 쓰레기가 버려진 것을 보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28일 서울 북촌 헌법재판소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거나 헌법재판소 인근에 있는 재동초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학부모들은 더 큰 불안감을 표했다. 소음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각종 극단적 구호나 분노한 인파에 정서적인 충격을 받을까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반대 화환에는 한 정치인을 욕하는 문구가 그대로 쓰여 있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거주 중인 C씨는 “주변 아이 키우는 이웃 이야기를 들어보면 걱정돼 헌재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게 한다더라”며 “빨리 판결이 나서 동네가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동초는 지난 26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최근 정치·사회적 이슈로 우리 학교 인근 헌법재판소에 많은 인파가 밀집되고 있다”며 △안전한 길로 등하교 경로 변경 △교통안전 교육 △비상 연락망 구축 등을 요청했다.

반면 특별관리지역 지정에 울상을 짓던 상인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추위를 피하고자 식당, 카페 등을 찾으며 매출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10여년간 북촌에서 카페를 운영했다는 김모씨는 “확실히 특별관리지역 지정 이후 매출이 확 줄어 힘들었었다”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는데 최근 매출이 올라 그나마 살만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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