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국 수출규제에 韓HBM 포함…日·네덜란드 제외(재종합)

김상윤 기자I 2024.12.03 07:41:21

상무부, 미국 및 외국산 HBM 중국 수출 통제
구형 HBM 수출 삼전 일부 타격…하이닉스는 적어
140개 중국기업도 수출통제 목록에…한국도 2곳
중국 강하게 반발 “경제적 강압 행위 단호히 반대”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생산되는 HBM도 중국 수출 길이 막히게 된다.

(사진=로이터)
◇현재 생산되는 HBM 모두 수출 규제에 포함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기 때문에 미국산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HBM에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 수출통제를 받게 된다. 미국의 메모리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외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규제망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규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은 이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HBM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길은 모두 막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형 HBM 일부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이번 수출 규제에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 HBM 매출의 30%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어 당장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해진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며 HBM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무부는 또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에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도 중국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 반도체 장비 업체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에서 제외됐다. 이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정부가 수개월 간에 협상 끝에 나온 것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 등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ASML은 성명서에서 “새로운 규제가 직접적인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SML 홀딩 ADR 주가는 3.62% 올랐다. 한국은 예외 규정을 적용받지 못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중에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이외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의 명단을 추가하고 이들 기업에 첨단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SMIC, 화웨이를 비롯한 네덜란드 극자외선 노광장비업체인 ASML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동팡징위안일렉트론이 대표적이다. 반면 선전 펑진 하이테크와 AI메모리칩 기술을 개발하려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 등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국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 2개 기업이 지정됐다.

◇중국 강하게 반발 “경제적 강압 행위 단호히 반대”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첨단반도체와 AI 기술사용을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핵심이라고 보고 그동안 일련의 수출통제를 통해 중국의 기술 확보를 견제해 왔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중국의 군사 현대화 또는 인권 억압에 핵심적인 기술을 생한하는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며 규제 이유를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2일 미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직후 “반도체 제조장비, 메모리 반도체 및 기타 품목의 대중 수출통제를 더 강화하고 136개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기업 목록에 추가하며 중국과 제3국 간 무역에 간섭하는 전형적인 경제적 강압 행위이자 비시장적 방법”이라며 ““경제적 강압 행위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즉시 반발했다

이어 “미국은 국가안보의 개념을 계속 확대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일방적인 괴롭힘을 행하고 있다”며 “미국의 통제 조치 남용은 여러 국가의 정상적인 경제무역 거래를 심각하게 방해하고, 시장규칙과 국제경제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며, 글로벌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