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Edaily 자사주 소각 않고 처분… 임원 ‘보너스 잔치’ 벌인 중견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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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태 기자I 2026.01.26 06:00:00

3차 상법 개정 전 자사주 처분 잇달아
인텔리안테크·에이프로, 임직원에 스톡그랜트 지급
대림바스, 이해영 회장 등에 자사주 입고
"자사주 소각 우회 가능성…주주가치 개선 역행"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통과가 임박한 가운데 중견·중소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 지급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잇달아 처분하고 있다. 기업들은 우수 임직원 확보 차원에서 중장기 보상을 제공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중소기업 업계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성통신 전문기업 인텔리안테크는 지난 9일 6273만원 규모의 자사주 870주를 처분했다. 지난달 19일에는 2억 2500만원가량의 자사주 4546주를 처분했다. 인텔리안테크가 두 차례에 걸쳐 처분한 자사주 총 5416주는 모두 임직원 대상 스톡그랜트(RSU) 지급을 위해 교부됐다. 스톡그랜트는 임직원 보상 차원에서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특정 조건 없이 주는 일반 교부형과 일정 근속 기간이나 성과 달성 시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나뉜다.

인텔리안테크 측은 이번 자사주 처분 배경에 대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임직원 성과를 보상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장기근속이나 성과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전력반도체 전문기업 에이프로(262260)도 지난 6일 종속회사 임직원 4명에게 527만원 규모의 스톡그랜트 지급 목적으로 자사주 990주를 처분했다. 이 회사 역시 임직원 사기 증진 및 회사의 장기적 성장 기여를 위해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에게 교부했다는 입장이다.

욕실 전문기업 대림바스(005750)는 지난달 23일 상근임원 16명에 상여금을 지급하기 위해 총 6310만원 규모의 자사주 1만 2800주를 처분했다. 대림바스는 지난해 경영 목표 달성 등의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대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림바스의 이번 자사주 교부 대상에는 최대주주인 이해영 회장과 그의 부인인 권은희 부사장도 포함됐다. 이 회장은 자사주 상여금으로 800주를 받아 보유주식수가 556만 424주로 늘었다. 권 부사장에게도 동일한 수의 자사주가 교부돼 보유 주식수가 2만 8000주에서 2만 8800주로 늘었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처분은 주식 기반 보상을 처음 도입하면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중견·중소기업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전 자사주 소각을 우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막바지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상장사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를 줄여 증시를 부양하자는 취지다.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의한 3차 상법 개정안에는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임직원 보상 등을 위한 경우에는 자사주 의무 소각 예외 규정으로 뒀지만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통과해야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주총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이라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했던 주주들은 급작스러운 자사주 처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수가 줄어듦에 따라 주당순이익(EPS)이 늘어 기존주주들의 지분가치가 개선되는 반면, 자사주 처분은 기업이 보유했던 자사주가 시중에 매도 물량으로 풀리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임직원 보상을 위해서는 자사주 처분 대신 보유 현금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거나 복지를 확충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자사주 처분이 임직원 성과 보상을 위한 한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기업들이 그런 명분을 내세워 자사주 소각을 우회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금 보유력이 부족한 기업은 자사주를 처분해서 임직원 성과를 보상할 수 있다”면서도 “일부 기업은 임직원 인센티브 제공을 명분으로 삼아 자사주 소각을 우회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 상여금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면 발행주식 총수는 변동되지 않지만, 임직원에 주식이 교부됨에 따라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에 비해 기존 주주들의 실질적인 지분 가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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