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맡겼더니 치매머니 ‘꿀꺽’…아들 같던 반찬가게 사장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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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I 2026.01.26 05:45:03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③경로당·복지관 수집 정보로 범죄 대상 물색
요양보호사·간병인으로 접근…위장 입양·결혼도
후견인제 악용도 늘어…“경찰 등 치매노인 생활 정보 파악이 최선”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독거노인 A씨는 이혼 후 아들을 홀로 키웠지만 자식에게 배신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장성한 아들이 A씨의 주택청약통장을 제멋대로 해약해 돈을 챙기고 교통사고로 받은 보상금도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구타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삶의 위기 속에서 동네 반찬가게 주인 B씨를 의지했다. 그는 자식보다 더 살뜰히 A씨의 건강을 챙기며 정서적 버팀목이 돼줬다. A씨는 파킨슨병 증상이 악화하면서 B씨를 임의후견인으로 지정하고 병원비와 간병비를 포함한 재산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체크카드를 이용해 1억원이 넘는 돈을 자신의 아들 계좌에 입금하거나 본인의 생활비 명목으로 탕진했다.

(이미지=챗GPT)
A씨처럼 인지장애와 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자를 노린 경제적 약탈 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간병이나 돌봄을 명분으로 접근한 뒤 후견인·배우자·자녀 등 법적 지위를 획득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전 재산을 편취하는 식이다.

노연상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가 지난 2023년 발표한 ‘치매 노인 약탈 범죄의 현황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치매 환자를 겨냥한 범죄자들은 주로 요양보호사, 간병인, 가사도우미 등의 신분으로 접근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특정 피해자를 정해두지 않고 동네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등을 전전하며 치매노인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섰다. 노인들에게 접근해 식사나 커피를 제공하며 친분을 쌓은 뒤 “누가 얼마짜리 아파트를 팔았는지”, “지금 얼마를 현금으로 들고 있는지” 등의 민감한 정보를 모았다.

예컨대 복지관 내에서 4억 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팔고 1억원짜리 오피스텔로 이사한 치매노인의 사연이 입길에 오르면 나머지 3억원이 현금으로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이 정보를 확인한 범죄자는 곧바로 “잘 돌봐주겠다”며 접근해 신뢰를 쌓고 이후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수순을 밟는다.

‘위장 입양’은 자녀가 없는 재력가 노인에게 접근해 수양자녀로 호적에 오르는 방식이다. 노인이 치매 상태거나 인지 기능이 저하된 틈을 타 입양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입양 후에는 피해자의 현금과 신용카드를 무단 사용하고, 유언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성하게 만들어 피해자가 사망한 뒤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주로 남성 치매노인을 노린 ‘위장 결혼’ 수법도 있다. 간병을 이유로 접근한 뒤 법적 부부가 되고, 이후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내세워 재산을 상속받는 식이다. 친구나 지인을 통해 치매노인에게 이성을 소개한 후 교제의 대가로 수술비, 병원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을 비롯해 코인·보험 등 고수익 투자를 미끼로 접근하는 신종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가장 정교한 수법은 후견인 제도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피해자의 가족이나 간병인, 지인 등이 법원이 선임한 후견인이 된 뒤 그 권한을 이용해 재산을 은밀히 빼돌리는 것이다.

한국은 2013년 기존 행위 무능력제도를 폐지하고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했지만 최근 후견인에 의한 횡령 사건이 반복되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사단법인 온율의 배광열 변호사가 법원이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해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하급심 형사 판결을 자체 분석한 결과, 피후견인의 재산을 횡령해 형사처벌을 받은 후견인은 23명으로 이 중 19명은 모두 친족이었다.

노 교수는 “실버 칼라 범죄는 주로 가정이나 요양시설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암수범죄(숨겨진 범죄)의 특성이 존재한다”며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들이 치매노인과의 접촉을 통해 친밀감을 쌓고,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정황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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