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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오후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당국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냉동고를 설치해 오후 4시면 모든 희생자가 냉동고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컨테이너가 이제서야 도착해 (냉동고) 조립이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경제부총리가 동행한 직원들에게 (냉동고 설치가) ‘잘 되고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직원들은)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당국은) 이날은 냉동 차량을 지원해 (시신이) 부패·훼손되는 것을 막아주기로 했다. 그러나 (시신은) 방치돼 있고 냉동 시설은 아직까지 설치가 완료되고 있지 않다”며 “그동안 시체는 훼손되고 부패될 것이다. 피해자들을 마지막까지 예우해야 하지만, 현재 격납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너무하다. 관료분들 정말 너무하다”고 눈물을 삼켰다.
박 대표는 또한 “정부 관료는 유가족을 달래려고 좋은 소리만 하고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과 언론이 유족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가족협의회는 시신 훼손과 부패를 막기 위해 희생자 시신을 안치할 수 있는 냉동 컨테이너 설치를 정부 측에 건의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설치가 늦어지면서 유족들이 크게 반발했다.
한편 수습 당국은 31일까지 검시 절차가 완료된 희생자 90명의 명단을 유가족 대표단에 넘겨주기로 했다. 검시는 수사기관이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기 전 실시하는 마지막 확인 절차다. 명단에 포함된 희생자의 유족들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곧바로 장례를 치르거나 다른 유족과 합동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임시 안치할 수 있게 된다.
대표단 관계자는 선별 기준을 명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최대한 수습된 한도 내에서 선정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명단을 받는 대로 공지해드릴 테니 가족들과 의논해 밖으로 (바로) 나가실지 여기에 남으실지 자유롭게 결정해달라”며 “밖으로 나가시더라도 대표자 한 분은 끝까지 같이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수습 당국은 전날 전체 사망자 179명 가운데 16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신원 확인이 어려운 나머지 14명 등은 DNA 시료를 채취해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의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장례 절차에 필수적인 검시·검안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구조물과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사고 비행기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고,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