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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전남 완도에서 수면제를 탄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2001년 3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사건은 2000년 3월 7일 새벽으로 거슬러 간다. 전남 완도의 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이 남성은 자택에서 7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고, 현장에는 차량 방향 지시등 등이 깨진 채 널브러져 있어 경찰은 뺑소니 사고를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시신에선 어떤 외상도 없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 13.02㎍/㎖이 검출됐다.
경찰은 타살로 수사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던 중 피의자의 고모부라며 자신을 밝힌 신고자가 “이복여동생을 성추행한 데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내게 말했다”며 김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23살이던 김신혜는 긴급체포됐고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아버지인 A씨가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한 범행 동기를 들면서, 수면제를 양주에 타 아버지에게 ‘간에 좋은 약’이라고 말하고 먹여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김 씨가 A씨 명의로 약 7개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한 점에 대해 보험금을 타 낼 목적도 있었다고 봤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된 이후 김 씨는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대신 감옥에 갈 생각으로 거짓으로 자백했다”며 “아버지의 성추행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 A씨 명의로 가입한 보험 중 상당수가 이미 해약됐고 나머지 보험들도 가입 2년이 지나지 않는 시점이어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도 대법원은 2001년 3월 “무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 씨에게 선고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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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측은 현장검증을 거부했음에도 경찰이 영장 없이 범행을 재연토록 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머리와 뺨을 때리며 서류에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김씨 사건을 재검토한 결과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확인됐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그해 11일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다만 김씨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2018년 재심 개시가 확정되고 이듬해 재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18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는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첫 재심 선고다.
검찰 측은 재심에서 김씨가 가족 중 유일하게 당일 알리바이가 없던 점, 당시 남자친구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한 점, 동생에 허위 증언을 부탁한 점 등에 대해 “김씨가 반성하지 않고 허위 진술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다시 한 번 무기징역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심을 맡은 박 변호사는 “(김 씨는) 고모부로부터 이복 남동생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말을 듣고, 동생 대신 처벌받기 위해 거짓으로 자수한 것”이라며 “수면제 등 범행 수법을 미리 안 것은 부검을 참관한 친척에게 전해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알리바이에 대해서는 “집에 가려다 아버지가 술주정한다는 소리를 듣고 등대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잠이 든 것이고, 알리바이를 입증할 길이 없어 남친에게 진술을 부탁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주에 수면제를 탔다는 수사기관 주장과 달리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고 나중에 스스로 번복한 자백과 관련자 진술뿐”이라며 “당시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언과 진술은 새롭게 밝혀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