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서울 전세난민이 경기권 매물 싹쓸이…구리 집값 2억 밀어올렸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최정희 기자I 2026.05.18 05:10:03

[서울 전세난의 역습…경기 집값 흔든다②]
부천 팰리스카운티 3000가구, 전세 고작 4건
경기 전·월세 부족에 매수 전환 가속
규제지역 옆 용인 기흥·안양 만안 1억 넘게↑
구리·남양주 등으로 매매가 상승 확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경기 구리 수택동 힐스테이트 59㎡(24평)는 이달 2일 11억 3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4년 입주한 후 지난해 10월 첫 매매가 이뤄졌는데 이 당시 9억원에 팔린 후 7개월 만에 2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수택동 한성3단지 59㎡도 지난달 7억 99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2월 대비 1억4000만원가량 상승했다. 가격 급등 이후에는 기존보다 9억원 가까이 비싼 16억 5600만원짜리 배짱매물까지 등장했다. 가격 상승 심리가 커진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원해서 내놓은 가격인데 서울에서 실거주 수요가 유입되며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해당 호가에 거래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서울 전·월세 매물 부족이 경기권으로 확산되면서 차라리 경기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구리·남양주·용인 기흥 등 비규제지역 아파트값도 올해 들어 1억원 이상 상승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임대사업자·비거주 1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임대차 물량 감소로 이어지며 전·월세난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 1000가구 단지도 전·월세 매물 ‘0’…매매 매물도↓

17일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경기 부천 원미구 중동 3000가구 규모의 팰리스카운티 전세 매물은 고작 4가구, 월세는 2가구에 불과했다. 구리 인창동 1300~1400가구의 인창 4단지·1단지 주공 아파트는 전·월세 매물이 0건이다.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전·월세 매물 감소가 매매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매매 매물까지 줄고 있다. 화성·남양주·부천·구리·군포·용인 기흥 등 비규제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원도 비규제지역인 권선구뿐 아니라 규제지역인 영통·장안·팔달구까지 매매 매물이 감소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기 구리의 매매 매물은 15일 기준 1503건으로 지난해 말 대비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와 월세 매물도 각각 20%, 53% 줄었다. 화성 동탄과 용인 기흥 역시 매매 매물이 각각 23%, 17%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전·월세 매물 부족이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경기 광명은 전세와 월세 매물이 15일 기준 169건, 140건으로 작년 말 대비 90% 가량 감소했는데 임대차 계약 만료 후 광명 인근으로 매매 전환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데다 규제지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낮아졌기 때문에 광명에 전·월세 살던 사람이 해당 지역에서 매매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광명, 경기 비규제지역, 경기 외곽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4월 5억 3000만원으로 경기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4억 6000만원)보다 높다. 이 때문에 서울 전셋값 수준으로 안양 만안(5억 1300만원), 용인 기흥(5억 9000만원), 화성 동탄(7억 4600만원), 구리(6억 7850만원) 등 경기 지역 아파트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도 수요 이동 배경으로 꼽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구리, 의정부, 부천, 군포, 고양 등의 전·월세 매물 부족이 급감한 상황에서 생활권 공유지역을 따라 남양주, 시흥, 안산, 파주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외곽 지역까지 매매가격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월세 불안에 가격 오르는데 ‘매물’만 내놓으라고?”

전문가들은 서울·경기 전·월세 매물 부족이 경기 비규제지역의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배경에 입주 물량 감소와 함께 정부 정책 영향도 크다고 지적한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춘 규제가 수도권 전반의 임대차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7000가구로 10년 내 최저 수준이다. 경기도 역시 6만가구로 2021~2024년 11만가구 이상에서 반토막 났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이 임대차 매물을 줄이며 전·월세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다주택자와 매입 임대사업자,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출회 유도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가 임대 중인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기존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로 유예했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물량이 결국 전세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매수자가 2년 뒤 실거주에 들어가면 전세 물량이 멸실돼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시장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반면 수도권 실수요 시장의 전·월세 불안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주택자 매물 유도 정책 영향이 나타난 곳도 강남권 일부 고가 아파트에 제한됐다는 평가다. 반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되자 강남구 등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매물 출회만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도 제한적인데 오히려 전세 매물 부족과 임대차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임차료가 올라가면 실수요자가 집을 사야 한다는 공포 심리가 가장 세게 온다”며 “정부가 매물만 더 내놓는 정책을 할 것이 아니라 전·월세 등 임대차 매물이 나오게끔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