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모 씨의 재심 청구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이춘재의 자백 과정을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그런 것은 상관없고’라는 제목으로 “멋진 원칙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춘재 자백 과정을 공개한다”며 검찰이 지난 23일 법원에 제출한 재심의견서 가운데 이춘재 사건 기록을 공개했다.
이춘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공 경위와 대화 과정에서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고 종이에 써서 프로파일러에게 건넸더니 많이 놀라는 분위기였다”라며 “10건 중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을 뺀 9건을 인정해야 하는데, 순간 다들 난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이춘재는 공 경위에게 “8차 사건도 다 내가 한 거로 밝혀지면 경찰이 곤란한 거 아니냐. 곤란하면 이야기 안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고, 공 경위는 “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공 경위는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낸 데 이어 이춘재 조사에도 다른 프로파일러와 함께 투입돼 자백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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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양측이 우려하는 여러 문제 되는 상황들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제어되길 바란다”라며 “경찰·검찰·법원에 이렇게 멋진 원칙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것은 상관없고’라는 원칙만 지킨다면 이런 대립은 줄어들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관련 정치 논리 개입이 실질적인 논의가 부족했던 점은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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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다음 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한 윤 씨는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재심을 청구했으며 수원지법은 재심 개시 여부를 내달 중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