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자 연준의 공개시장 조작을 총괄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곧바로 만기가 더 긴 역리포(reverse repo)를 추가로 시행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역리포 만기 확대..금리인상 준비 본격화
뉴욕 연은은 29일(현지시간) “연말쯤에 현재 만기 하루짜리(오버나잇)로만 돼 있는 역리포를 내년 1월2일까지 만기 도래하는 만기가 더 긴 쪽으로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역리포 입찰은 12월중 몇 차례 실시할 계획이며, 입찰 한 번에 최대 3000억달러 어치까지 매각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부터 사실상 제로 수준을 유지해온 탓에 실물경제로의 전이 효과가 제한돼 있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 대신 역리포 금리나 초과 지급준비금 금리 등 연준이 직접 관리 가능한 금리를 활용해 출구전략을 펴겠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다.
특히 뉴욕 연은은 역리포를 활용, 하루 뒤 더 높은 가격에 재매입하는 조건으로 은행권에 채권을 팔아 일시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역리포 공세에 유동성이 부족해진 은행들이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게 되면 연방기금금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뉴욕 연은 수석 부총재 겸 공개시장조작과 외환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마켓츠그룹 대표로 일하고 있는 사이먼 M. 포터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정책수단들을 감안할 때 우리가 출발해야 할(=출구전략을 감행해야 할) 시간이 닥쳤을 때 현재 제로(0) 수준에 있는 금리를 단기간내에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연방기금금리에 연동돼 있는 이자율 스왑 등 수조달러의 금융거래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포터 부총재는 “역리포 프로그램은 출구전략이 처음 시행될 때 단기에 금리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연방기금금리를 조절하는데 더이상 역리포 금리가 필요없다고 판단되면 서서히 이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큰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연말 뉴욕 연은이 내놓을 만기가 더 길면서도 공급물량이 충분한 역리포가 추가로 시범 도입되면 연방기금금리를 움직이는 일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빈센트 라인하트 모건스탠리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세 차례 양적완화로 불려놓은 대규모 대차대조표를 그대로 유지한채로 역리포로만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역리포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 연준, 다양한 출구전략 정책수단 고민
역리포 외에도 연준은 다양한 출구전략 수단들을 고민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통화완화를 정상화하는 게 그 만큼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법률상으로 미국 은행들은 고객들로부터 받는 예금의 일정 부분씩을 연준에 지급준비금(reserves·지준)으로 쌓아야 한다. 이 준비금을 연방기금(Federal funds)라고 하고, 이 준비금이 부족할 때 하루씩 자금을 빌리는데 이 때 쓰이는 조달금리가 바로 연방기금금리다. 연준은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이 연방기금금리를 기준금리로 삼고(타깃팅하고) 있다.
이 금리는 매일 거래를 중개한 브로커들로부터 일일이 실제 금리를 보고받아 평균해서 산출한다. 현재 연준은 연방기금금리 0~0.25%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근래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조기에 올릴지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실세 연방기금금리가 그 목표치를 따라간다.
그러나 현재 이같은 금리 인상의 경로가 막혔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6년간 세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4조달러 가까이 국채와 모기지채권 등을 사들였다. 이렇게 풀린 돈이 시중에 넘쳐나고 은행들은 막대한 지준을 쌓았다. 특히 은행들이 연준에 법정 준비금 이상으로 예치한 초과 지준에 대해 연준이 0.25%의 금리를 계속 지급하다보니 이자수익을 노린 은행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초과 지준 예치금을 쌓았다. 이 때문에 돈까지 빌려 지준을 맞출 필요가 없어진 은행들은 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일을 거의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까지 올린다 해도 실제 연방기금금리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지준이 넘쳐나는 은행들은 물론이고 지준 예치 이자를 받지 못하는 연방주택대부은행과 같은 국책 금융기관들이 지속적으로 단기자금시장에서 오버나잇 자금을 공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산정할 때 포함시키는 거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미국내 은행간 차입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고자 하고 있다. 연준은 이를 위해 현재 은행들이 미국 외 시장에서 거래하는 유로달러 대출까지 포함하는 식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로달러는 두 은행이 미국 밖 역외시장에서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다.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다. 또한 외국계 은행들은 연준으로부터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채널이 없기 때문에 통상 유로달러는 연방기금금리보다 다소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다. 따라서 이를 금리 산정에 포함시키면 자연히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아울러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 예금증서(CD)와 같이 다른 단기금리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기업 리스크가 반영된 CP나 CD 금리는 통상 연방기금금리보다 더 높게 형성된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단기거래를 포함하면 연방기금금리가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라인하트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역리포 외에도 기간물 예금(term deposits)이나 기간물 역리포, (양적완화로 매입한) 자산의 매각 등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들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