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게에 있는 테이블오더 기기들은 전부 전원이 꺼진 채 테이블 한쪽을 지키고 있었다. 김 씨는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고 싶지만 해지하려면 계약기간(3년)의 이용료를 전부 물어야 한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설치만 해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테이블오더 등 무인 플랫폼이 되레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식재료비, 배달비 등 경영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수수료 부담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어서다. 특히 플랫폼 업체가 기습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불완전판매를 일삼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 기습인상·불완전 판매로 자영업자 ‘시름’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지급결제대행(PG) 방식의 일부 테이블오더 결제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수수료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이블오더는 PG사 또는 부가가치통신망사업자(VAN)와 가맹 계약을 맺고 결제를 진행한다.
VAN 방식은 카드사 수수료만 발생해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평균 0.5~1.5% 수준이다. 반면 PG사는 카드사로부터 매출 대금을 받아 가맹점에 일괄 정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탓에 평균 0.8~2.5% 수준의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한다.
문제는 테이블오더에 적용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VAN사 요율인지, PG사 요율인지는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지 위약금이나 사후관리(AS) 비용 등을 사전에 미고지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PG사 방식의 테이블오더를 도입했다가 ‘수수료 폭탄’을 맞는 피해 사례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36)씨는 “월평균 매출이 2000만원 수준이지만 테이블오더 결제 수수료는 건당 3%로 한 달에 60만원 정도 내고 있다”며 “여기에 기기 대여비까지 포함하면 테이블오더 이용에 따른 고정비만 월 100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 장사도 안 되고 워낙 유행에 민감한 상권이다 보니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테이블오더 대여 기간이 4년이라 위약금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테이블오더 수수료율이 0.5%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각종 비용 지출에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김씨는 “물가 인상에 인건비도 오르고 각종 고정비 지출이 많아 안 그래도 이익이 적은데 테이블오더 수수료 부담이 더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채모씨도 “600만원을 내고 25대를 설치했는데 월 사용료도 40만원씩 내고 있다”며 “직원은 예전과 같이 6명을 고용하고 있어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나간다”고 울상을 지었다.
마포구 홍대 인근 초밥집 사장 유모(44)씨는 “테이블오더 사기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며 “소규모 테이블오더 업체들은 계약서를 임의로 작성해 (외식업주들에게) 서명만 하도록 유도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수수료율이 10%였다거나 계약 기간에 수수료를 계속 올리는 식”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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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 유인을 위해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과도한 수수료나 불완전판매를 일삼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티오더 관계자는 “일부 테이블오더 기업이 저렴한 이용료를 미끼로 고객을 유치한 후에 PG사 수수료와 카드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문제”라며 “자사 태블릿 월 이용료 외에는 추가 수수료, 설치비 등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 테이블오더 기업들이 시장 생태계를 흐리고 있다”면서 “공정한 경쟁과 시장 활성화로 외식업계 전반이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불완전판매 방지·수수료율 제도화 시급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과 피해가 이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불완전판매 요소 점검과 PG사 수수료율 제도화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수수료율 등에 대한 명확한 사전 고지 없이 기습 인상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수료 산정 체계를 제도화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PG사 수수료와 관련한 규제 근거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연 매출에 따라 0.5~1.5%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가장 큰 문제는 PG사 결제 수수료”라며 “신용카드보다 2배 높은 수수료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전자금융거래법 등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