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사” 심리?…10억 매물 없어서 못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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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26.01.26 05:00:00

[10.15 석 달, 중저가 아파트 요동①]
10.15 대책 이후 2억~3억은 더 올랐다
노원구 "매물 나왔다 하면 전화통 불나"
서울 3·4급지 들썩, 한강벨트·강남권으로 번질 가능성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매서운 한기가 맴돌았던 지난 22일, 노량진역에서 언덕배기를 오르다 보면 아파트 단지 사이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 인근에 자리한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영하 10도의 한파와는 다르게 밝은 표정으로 “작년 말부터 거래가 활발하다. 이제는 좀 꺼질 때가 됐다 싶은 데도 거래가 계속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작년 1월까지만 해도 11억원 초반대 거래됐으나 올해 1월초 15억 3000만원에 거래됐다. 매도호가는 17억원에 달한다. 이 사장은 “10.15대책 이후 2억~3억원 올랐는데도 15억원 안팎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잘 이뤄진다”며 “매도인들은 욕심을 부려 매도 호가를 무섭게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경기 10억~15억원 안팎의 아파트가 신고가를 경신하고 매물 부족 속에서도 매수 문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에 따르면 대출한도가 6억원인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12월 92.3%를 기록해 연중 최고를 보였다. 이는 대책 시행 직전인 10월(73.4%) 대비 8.9%p 상승한 수치이다.

10.15 대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와 과천·분당·용인 수지 등 경기 12곳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대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됐음에도 작년 말부터 거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신동아리버파크도 작년 11월 거래가 한 건도 없었으나 12월부터 5건이 거래되더니 이달 들어서도 2건의 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동작구는 올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다.

10.15 대책으로 실거주만 가능한 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지금 사지 못하면 영영 못 산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폭발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유동성과 역대 최저의 입주 물량이 만난 결과다. 이러한 매수세는 실수요인데다 대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오히려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아파트를 매수했다는 30대 최 씨는 “아내가 지금 안 사면 다시는 못 살 것 같다고 해서 15억 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동대문구 용두동 등에서도 10억원 초반~15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도 호가는 높아지고 매물은 없고 매수 문의만 활발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전국 1위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경기 용인 수지도 비슷하다. 풍덕천동 신정마을 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나와 있는 것들은 거래가 잘 되는데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 자체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10억원 이하 비중이 많은 서울 노원구도 매수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주 토요일부터 갑자기 이 일대 부동산이 다 난리다”며 “매수 물건이 나오면 전화가 여러 군데서 동시에 올 정도로 몰린다”고 말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강남3구·용산구 등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다가 하반기 마포·성동 등 20억 원대 아파트가 급등세를 보였으나 작년 말부턴 10억~15억원 안팎의 아파트가 상승하는 모양새다. 반면 현재 2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거의 멈춘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저가 아파트의 상승 흐름은 또 다시 한강벨트와 강남권 가격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를 매도한 사람들은 결국엔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상급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는 얼어 붙었지만 매물은 잠기고 가격이 되레 오르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며 “강남권, 한강벨트 등은 이미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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