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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마이크가 켜졌네`..오바마, 러에 속내 밝히다 `곤혹`

민재용 기자I 2012.03.27 08:42:30

오바마 "MD 대선 후 유연하게 대처" 귀엣말
美공화 "유연함 뜻 뭐냐?" 즉각 정치 쟁점화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서울 핵 안보 정상회담에 참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은밀한 이야기(?)`를 건네다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은밀한 얘기는 바로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미사일 방어망(MD) 구축 문제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 벌써 미 공화당은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지난 26일 양국정상은 90분간의 공식 정상 회담을 마치고 서로에게 속삭이듯 귀엣말을 나눴다. 문제는 이 귀엣말이 오바마 대통령의 양복 윗저고리에 부착된 마이크를 타고 외부에 그대로 공개 돼버린 것.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미사일 방어시스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11월 선거 후 이 문제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이 문제에서 (미국에) 더 많은 여유공간(space)을 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여유 공간에 대한 의미를 이해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차기 대통령에게 당신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MD 구축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러시아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내세워 러시아 국경 인근에 MD를 구축하는 것은 러시아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해 왔다.

미국과 NATO는 MD 구축이 이란 등 새로운 위협 세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잠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오바마의 발언으로 미국의 MD 구축 계획이 오바마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 돌아오면 그가 한국에서 말한 그 ` 유연함`이 무엇인지 듣기를 기대하겠다"고 밝혀 이를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 현지 언론들도 백악관이 사태 수습을 위해 "(오바마의 발언은) 양국에 선거 이슈가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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