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혼자 지내는 게 외로워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죠. 하지만 반려동물도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없잖아요. 반려동물에게 몹쓸 짓하기 싫어서라도 키우는 걸 포기했죠.”
서울 관악구에 사는 1인가구 이민기(31)씨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아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했지만 포기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경제적 부담은 어떻게든 감수해보려 했지만 자신이 직장에 있는 시간 동안 혼자 있어야할 반려동물이 느낄 외로움이 생각을 바꾸게 한 가장 결정적 이유였다.
국내에서 반려동물가구와 1인가구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인가구는 600만가구에 육박하고 있고 반려동물가구는 1000만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1인가구들은 반려동물을 키우기를 주저한다. 주인이 없는 동안 혼자 지낼 반려동물을 생각해서다. 반려동물 양육은 1인가구의 정서적 안정과 함께 유기동물 감소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큰 만큼 이러한 우려에 대한 공공서비스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반려견의 경우 평균 4시간 52분, 반려묘는 6시간 2분이었다. 특히 가구원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부모자녀가구의 경우 반려동물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4시간 54분 수준이었으나 1인가구의 경우 6시간 50분으로 가장 긴 시간동안 집에 혼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시간 이상 혼자 지내는 경우도 6.8%에 달했다.
다수의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시설 설치 등의 조치도 하고 있다. 반려견 양육가구는 TV나 조명을 켜놓고 외출하는 경우가 37.3%로 가장 많았고 자동먹이공급장치 설치도 29.6%였다. 최근엔 반려견이나 반려묘만 들을 수 있는 주파수로 만들어진 전용 TV 채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도 1인가구 반려동물의 외로움을 달래기는 쉽지 않아 애견 호텔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등 위탁 서비스에 눈을 돌려보지만 가격도 높고 낯선 환경에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아 이 마저도 만만치 않다.
이에 최근엔 커뮤니티를 통해 돌봄 품앗이를 찾는 사람도 늘고 시간제로 펫시터를 운영하는 전문업체도 인기를 끌고 있다. 김정서(28·여)씨는 “집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6명을 모아 양육 정보도 공유하고 급할 때 펫시터 역할도 해줄 수 있는 소모임을 꾸렸다”며 “하루 3만 5000원 정도를 내야 하는 전문업체의 펫시터 방문서비스를 애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양육이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 큰 만큼 1인가구가 반려동물을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공공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인가구에게 반려동물 양육은 정서적 교감으로 정신 건강에 이로울 뿐 아니라 심장마비와 뇌졸중 발병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만 9만 1000여마리에 달하는 유기동물과 2만 2000여마리가 넘는 동물 안락사도 줄일 수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이 주인 없을 때 느끼는 분리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육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외에도 유기동물 분양시 보험비나 병원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부터 가격 부담이 적은 공공 애견 유치원 시설 등도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